이무대는대체누구것일까

입력 2008-01-10 09: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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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무대 디자인 저작권 논란 “무대를 베꼈다고 하기도, 안 베꼈다고 하기도 곤란한, 희한한 상황이 돼 버렸다.” 지난해 말 불거진 그룹 ‘컨츄리꼬꼬’와 가수 이승환 사이의 콘서트 무대 도용 논란이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되자 한 가요 관계자가 한 말이다. ‘무대 사용을 허락받았다’(컨츄리꼬꼬), ‘일부만 쓰라고 했다’(이승환) 등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부 관계자는 “무대 사용과 관련된 주먹구구식 계약 관행이 빚어낸 예견된 분쟁”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가수 콘서트의 무대 디자인과 저작권의 실태를 짚었다. ○ 국내 무대 전문가 - 공연 매뉴얼 거의 없어 무대 도용 공방은 무대 디자인이 전문 분야로 자리 잡지 않고 저작권 의식도 희박한 데서 비롯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이 바닥에서는 무대 디자인을 베끼고 짜깁기하는 것이 관행이 돼 최초로 무대 디자인을 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콘서트를 위한 전문적인 무대 디자이너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승환, 이문세, 이승철, 김장훈, 싸이 등 ‘브랜드 콘서트’로 인정받는 가수들도 전문 디자이너 없이 가수가 직접 구상한 디자인으로 공연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다. 한 가수는 “연극, 뮤지컬보다 콘서트의 기간이 짧고 추석과 연말연시에 집중되다 보니 아무래도 무대 디자인에 신경을 덜 쓴다”며 “가수의 의도를 이해해 줄 전문가가 부족해 가수 혼자 끌고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무대 디자인과 관련된 매뉴얼이 없고 저작자의 권리를 내세우기도 만만치 않다. 저작권위원회의 한 연구원은 “공연 콘셉트를 바탕으로 ‘나만의 무대와 조명이 이런 것이다’를 보여 줄 자료가 없으면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 무대 디자인을 매뉴얼로 만드는 해외 가수들 해외 아티스트들의 월드투어 콘서트와 비교하면 국내 현실을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비욘세 내한공연을 주관한 공연기획사 비포에이치엔터테인먼트 윤수임 팀장은 “공연 계약을 전후해 현지 기획사가 무대와 음향 장치를 어떻게 설치할지에 대해 40∼50쪽의 세부 지침서(라이더)를 보내온다”며 “거기에 국내 현실을 감안해 바꿔야 할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명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 팝스타 셀린 디옹은 ‘태양의 서커스’ 극단의 연출가 프랑코 드라곤을 기용해 성공적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쇼를 보여 주기도 했다. 국내에선 뮤지컬이나 연극과 비교하면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 가수의 콘서트는 시장 규모가 작고 ‘무대는 노래의 부속물인 배경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뮤지컬 ‘명성황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등의 무대를 연출한 박동우 씨는 “연극과 뮤지컬의 무대 디자인은 사진도 허락을 받고 찍어야 할 정도로 엄격하게 권리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현재 뮤지컬, 연극 업계에는 무대 기획부터 설계까지 담당하는 전문 디자이너가 30여 명 활동하고 있다. ○ 열악한 국내 콘서트장 가수의 콘서트를 위한 전문 공연장이 부족한 것도 무대 디자인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여건으로 지적된다. 대형 공연을 치를 만한 공연장이 국내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등 일부에 불과하다. 대중음악 전용극장도 서울 광진구에 있는 2000석 규모의 멜론악스뿐이다. 특히 체육관은 공연용으로 설계되지 않아 무대 장치를 설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 외국에선 리깅(Rigging) 시스템을 통해 천장에 구조물을 매달아 쓸 수 있으나 국내에서는 일일이 쌓아야 하기 때문에, 독창적인 무대보다 기존 무대를 사용하는 ‘관행’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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