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아카데미상시상식]유럽배우들,할리우드정복사건

입력 2008-02-26 09: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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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연기상 4개 부문을 모두 유럽 배우들이 차지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아카데미에서 미국이 아니라 유럽 배우들이 연기상 4개 부문을 휩쓴 것은 1965년(영국 배우 3명, 러시아 배우 1명) 이후 처음이다.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은 예상대로 ‘나쁜 남자들’이 가져갔다. 주연상은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탐욕스러운 석유업자 역할의 영국 배우 대니얼 데이루이스(50), 조연상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냉혹한 킬러 역할의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38)이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라비앙 로즈’에서 프랑스의 가수 에디프 피아프로 열연한 마리옹 코티야르(32), 조연상은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비리를 덮으려는 글로벌 기업의 고위 간부 캐런을 연기한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47)에게 돌아갔다. 여배우들은 모두 처음 아카데미 후보로 지명돼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남자 수상자들이 모두 1순위 후보로 꼽혔던 데 반해 여자 수상자들은 예상을 깬 결과였다. 대니얼 데이루이스는 1971년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로 데뷔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85년) ‘전망 좋은 방’(〃)으로 주목받았으며 1989년 ‘나의 왼발’로 영국 배우로서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이중국적을 갖고 있지만 항상 “나의 조국은 영국”이라고 말해왔다.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그는 촬영이 끝난 뒤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끔찍한 슬픔”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역할에 빠지는 배우. ‘영국의 로버트 드니로’라 불린다. 그는 이날 상을 받기 전에 시상자인 지난해 여우주연상 수상자 헬렌 미렌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했다. 이날 최대 이변은 여우주연상. 줄리 크리스티(어웨이 프롬 허)가 가장 유력하다는 예상이 깨졌다. 평소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던 코티야르는 무대에 오르자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너무 벅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도시 로스앤젤레스에는 천사들이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코티야르는 영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를 한 배우로는 1962년 소피아 로렌(이탈리아어) 이후 두 번째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말투와 행동, 걸음걸이까지 완벽하게 복제해 ‘신들린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뤼크 베송의 ‘택시’(1998년)로 이름을 알렸고 ‘빅 피시’ ‘어느 멋진 순간’ 등에 출연했으며 열렬한 환경론자이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페인 영화인 가족의 막내로 네 살 때 데뷔했다. 2000년 ‘비포 나이트 폴스’에서 쿠바 시인 레이날도 아레나스 역으로 200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스페인 배우로서는 처음 올랐다. 그는 ‘비포 나이트 폴스’와 ‘시 인사이드’로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두 번 수상했다. 바르뎀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헤어 컷을 해 준 사람들(영화에서 그는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로 나온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를 비롯해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등 모두 10개의 상을 받았다. 여우조연상의 틸다 스윈턴은 날카로운 이목구비에 중성적이고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 스코틀랜드 명문 귀족 군인 가문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했으며 1991년 ‘에드워드 2세’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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