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달콤한디저트가되는영화죠”

입력 2008-03-04 08: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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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감독 왕자웨이 e메일 인터뷰 ‘아비정전’(1990년) ‘중경삼림’(1994년) ‘해피 투게더’(1997년) ‘화양연화’(2000년)’…. 1990년대의 청춘 치고 왕자웨이(王家衛·50) 감독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물론 ‘2046’(2004년) 등 2000년대에도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90년대의 이름이다.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끝내 사랑을 하지 못하는 남녀의 공허함을, 우울하지만 꿈을 꾸듯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으로 표현한 스타일리스트. 많은 관객이 그의 주인공들과 함께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했다. 90년대 스타일의 왕 감독을 다시 느끼게 하는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의 국내 개봉(6일·12세 이상)을 앞두고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작년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마이…’는 왕 감독이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어로 만든 영화. ‘돈트 노 와이(Don't know why)’로 유명한 재즈 가수 노라 존스의 스크린 데뷔작이며 주드 로, 내털리 포트먼, 레이첼 와이즈 등 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았다. “홍콩과 미국의 작업 시스템은 완전히 달라요. 이건 ‘할리우드 영화’거든요. 배우나 스태프가 모두 조합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지켜야 할 것이 많더라고요.” 연인과 이별한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는 매일 밤 연인이 자주 가던 카페를 찾는다. 주인 제레미(주드 로)는 팔리지 않아 남아 있는 블루베리 파이를 권하고 점점 엘리자베스에게 빠져든다. 얼마 뒤 엘리자베스는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그는 레슬리(내털리 포트먼) 등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존스와 2년 전에 뉴욕에서 만났어요. 처음엔 영화음악을 부탁하려 했는데 그의 ‘영화적인 목소리’에 반했죠. 연기 경험은 없지만 처음 만난 순간부터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어요.” 영화는 뉴욕 멤피스 등 미국의 도시를 돌아다니는 로드무비 형식이다. 멤피스는 왕 감독이 가장 좋아했던 도시. “멤피스는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갖춘 장소입니다. 테네시 윌리엄스, 엘비스 프레슬리, 블루스 그리고… 모기가 있죠.” 그러나 그는 이 영화가 한 여자의 ‘여행’이 아니라 사랑을 찾아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의 ‘거리’에 대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촬영에는 그와 항상 함께했던 크리스토퍼 도일이 아닌 ‘세븐’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다리우스 콘지가 참여했다. 그래도 시적이고 꿈같은 왕 감독 특유의 영상미는 여전하다. 이 영화가 칸 개막작으로 상영됐을 때 평단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지루하다거나 전작에 못 미친다는 의견도 있었고 중경삼림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호평이든 악평이든 이 영화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아비정전을 보고 크게 실망한 한국 팬들이 스크린에 맥주 캔을 던졌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이 영화가 디저트와 같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마치 식사 중 부족했던 달콤한 한 부분을 채워 주는 디저트처럼 이 영화가 관객의 인생에 디저트가 되면 좋겠습니다.” 영화 마지막 제레미와 엘리자베스가 얼굴을 거꾸로 맞대고 나누는 아름다운 키스 신은 분명 잊지 못할 디저트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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