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원,“개그요?친근한바둑만들기포석이죠”

입력 2008-03-13 09: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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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가 지상파 TV의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것도 단독 고정코너를 맡았다고?” 여성 프로기사인 한해원(26·사진) 3단은 지난달 말부터 KBS2 ‘폭소클럽2’의 1인 스탠딩 코너인 ‘부자되세요’를 맡았다. 재테크를 소재로 펼치는 개그다. 바둑TV의 해설 프로그램 진행으로 유명한 한 3단이 개그 프로그램에 진출하자 바둑계도 반기고 있다. 조훈현 9단이나 이세돌 9단이 지상파 TV 오락 프로그램에 단발로 출연했다가 프로기사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한 3단은 노영하 9단과 함께 KBS 바둑왕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바둑리그’ ‘삼성화재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전’ ‘물가정보배’에서 공동 해설을 맡고 있다. ▽프로기사의 개그=“여러분, 펀드(Fund) 투자의 의미를 아세요? ‘FUN’ 재미있게, ‘D’ 돈을 버는 투자랍니다. 자, 오늘은 펀드를 고르는 법에 대해 알아볼까요.”(3월 5일 방송분) 한 3단은 ‘부자되세요’ 코너에서 재테크 유머를 더한다. 재테크 방법을 다루다 보니 다른 코너에 비해 진지한 편이다. 한 3단은 바둑TV와 인연이 있는 개그맨 김학도의 소개로 ‘폭소 클럽2’의 작가와 함께 식사를 하다가 전격 캐스팅됐다. 그는 “첫 녹화 무대에서 1000명 가까운 방청객의 시선이 쏠리니까 머리가 하얗게 되는 느낌이었다”며 “중간에 다음 대사가 기억나지 않아 NG를 냈는데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넘어가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한 3단은 1998년 입단해 프로기사로 생활하다가 2002년 TV에 얼굴을 비쳤다. 당시 출범한 위성채널의 스카이바둑에서 ‘동글이랑 네모돌이’라는 어린이 바둑 프로그램 진행을 우연히 맡았고 그 후 ‘방송인’이 됐다. 그는 ‘부자되세요’의 5분 방송을 위해 직접 대본을 쓰고, 작가와 대본을 고치고 연기 연습을 하고 마지막 리허설을 하는 데 나흘을 쏟아 붓는다. 그는 “개그 프로그램이어서 예쁘게 보이는 건 포기했고 어떻게든 유쾌한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며 “원래 한국바둑리그가 열리기 전인 4월까지 하려고 했는데 반응이 좋아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의 고수=한 3단은 재테크 동아리 2곳에서 회장과 운영자를 맡는 등 5년간 주식 투자를 직접 해온 고수. 5년 동안 연간 최저 수익률이 35%이고 최고 수익률은 지난해의 80%다. 그는 단지 운이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주가가 너무 올랐다고 판단해 보유 주식의 80%를 팔았고 이 덕분에 지난해 말 주가 하락 때 거의 손실을 보지 않았다. 지금은 ‘바닥’이라고 여겨 다시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고 한다. 한 3단은 돈을 맡아 달라는 청탁이 없느냐고 묻자 “다른 사람에게 덥석 맡기는 투자가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펀드를 하더라도 직접 연구한 뒤 맡겨야지 남의 말만 믿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 많은 팔방미인=그는 올해 대학(한국외국어대 중어중문학과)을 졸업했다. 최근에는 승단도 했다. 바둑계 일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젊은 프로기사가 많이 출전하는 마스터스배 바둑대회의 총무도 맡고 있다. 꿈도 경계가 없다. 대학 때 연극동아리 활동을 해온 것을 바탕으로 연극 무대에도 서고 싶다. 기회가 닿으면 방송에서 오락 프로그램 MC도 해볼 계획이다. “지금까지 해온 일은 모두 예정된 게 아니라 갑자기 주어졌어요.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자신감도 있죠. 다만 무슨 일을 해도 ‘바둑이 중심’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제 활동은 궁극적으로 ‘바둑’을 알리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는 수단이에요.”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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