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차리는사람들]장난치던‘E.T춤’쥬얼리될줄이야…

입력 2008-03-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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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실에서 저희끼리 장난치다가 만든 춤이에요(웃음).” 우연히 만들어진 춤치고는 너∼무 잘 나간다. 원더걸스의 ‘텔미’에 이어 또다시 전국을 춤바람으로 몰아넣은 쥬얼리의 ‘E.T춤’. 사실 웬만한 실력으론 ‘춤태’가 나지 않는, 난이도 있는 춤이지만 ‘베이비 원 모어 타임∼♪’에 맞춰 한 번은 따라해 보게 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만났다. 쥬얼리의 유명한 E.T춤을 탄생시킨 이들. 이번 주 ‘밥상 차리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바로 화제의 춤을 만든 쥬얼리의 백업댄서팀 ‘팀매니아’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밥상 차리는 엄마들의 마음이 그렇듯 팀매니아의 멤버 지성황(29), 오성진(29), 장근배(29)는 요즘 쥬얼리의 폭발적인 인기에 덩달아 신난다고 했다. 따끈한 밥을 먹고 힘을 낸 자식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E.T춤의 아이디어를 낸 지성황은 “신인 가수든 중견 가수든 함께 호흡한 가수가 1위를 하면 내가 1위한 거 같다”며 웃어보였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스타에게 비춰짐에도 이들이 기뻐할 수 있는 건 ‘바닥’이라는 밥상에서 ‘고생’이라는 밥을 몇 년이나 먹었기 때문이다. “처음 연예계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올라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그 기분이 이해되죠.(성진)”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가수 양동근에게 발탁돼 춤의 세계에 들어선 장근배, 학교 축제 때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친구를 보고 반해 모범생의 탈을 벗은 오성진, 그리고 춤이 좋아 가출까지 거행(?)한 지성황. 각자 시작도, 동기도 다르지만 ‘춤’이라는 공통분모로 어느새 10여 년을 살아왔다. 물론 그 길이 평탄치만은 않았다. 처음 춤을 배울 때 팔을 쭉 뻗는 기초 연습만 8개월을 했다고 한다. 싫은 소리 들으며, 심지어는 맞기도 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백업댄서라는 이유만으로 멸시하는 시선과 싸워야 했고, 아들의 직업을 ‘결사반대’ 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느라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백업댄서가 된 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부모님과 마주치지 않도록 가급적 밤늦게 귀가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여전히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 오성진은 “백업댄서들이 무대에 한 번 서고 받는 돈은 5만 원”이라며 “90년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에 댄서 붐이 일었고, 사람이 많아지면서 10만 원이었던 금액이 5만 원으로 하향평준화했다”고 말했다. 무대 뒤에서 느끼는 허탈감도 이들을 괴롭힌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행복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춤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가수 데뷔요? 꿈도 못 꿨어요. 저흰 초코파이, 라면 먹으면서 춤을 췄거든요. 주머니에 단돈 1만 원 있어도 감사한 시절이었죠. 그래서 그런가. ‘잘 될 거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성황)” 팀매니아는 현재 아이비 서인영(솔로) 등 유명 가수들의 안무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제 이들이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해외에서는 댄서들이 가수 못지않게 인정받아요. 가수를 성공시킨 장본인이라는 거죠. 저희를 그렇게 봐달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하나의 전문 직업으로 인정해주셨으면 해요.(오성진)” 홍재현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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