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두영의포토에세이…젖물리는아낙네

입력 2008-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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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말리서구걸하는여자한컷
최근 말리에 간 적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중서부, 사하라사막 언저리에 자리한 나라이지요. 연중 7개월간 계속되는 건기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래땅 때문에 지독하게 가난한 나라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젖줄과도 같은 니제르강 주변에 몰려 살고 있습니다. 강에 인접한 오지 마을을 둘러볼 때였습니다. 진흙집들이 있는 마을에 여인들과 아이들이 어우러져 왁자지껄했습니다. 갑자기 돌확에 절구질을 하던 한 아낙네가 사진 모델이 되어줄 테니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안은 여인이 강가에서 절구질을 하는 사진’을 떠올리며 저는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축 늘어진 젖가슴을 꺼냈습니다. 많이 놀랐지요. 그녀는 젖이 말라 유방의 의미를 상실한 듯한 가슴을 아이의 입에 물리고는 카메라를 쳐다봤습니다.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을 이방인에게 서슴없이 드러내다니! 하지만 동전 한 닢을 받아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웃고 떠들며 일을 계속하더군요. 미소 짓는 아낙의 얼굴에서는 어떤 불행의 그림자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햇살이 따스하게 기울기 시작하고, 벌거벗은 아이들은 흥겹게 노래 부르며 야생동물처럼 강가로 내달리더군요. 잠시 행복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그들은 물질적으로 부족하지만 마음은 풍요로워 보였습니다. 3대가 비좁은 흙집에서 질서 있고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은 이곳 뿐 아니라 말리를 여행하는 도중에 수없이 봤습니다. 우리가 지금 힘들어 하는 것은 단지 경제가 어렵기 때문일까요? 영혼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할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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