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 중위는 본대 복귀만 고집하며 사건의 실체를 쉽사리 풀어놓지 않는다. 쌓여가는 의문 속에서 조금씩 단서는 드러나지만 노 원사를 비롯한 수색대원들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사건의 실체와 함께 점점 비극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영화는 시종 관객들에게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고 묻는다. 그 만큼 복선과 단서를 곳곳에 숨겨두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연결하는 고리는 다소 헐겁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또 다시 마지막 반전을 준비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를 놓쳐버린 듯하다.
영화 ‘하얀 전쟁’의 시나리오를 쓰고 ‘알포인트’의 작가 겸 감독으로 활약한 뒤 또 한 번 ‘GP506’을 통해 군대와 그 속에 스며든 젊은 영혼들의 공포스런 이야기를 들여다 본 공수창 감독은 메시지의 강렬함을 택했다.
삶 혹은 살아있음에 대한 본능적인 욕망이 ‘고립’과 ‘통제’의 공간에서 어떻게 허물어져가는지, 그 본능이 되레 또 다른 공포와 살의의 본능이 되어 돌아오는 과정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와 주제의식은 지나치게 강렬해서 장르를 잠식하고 말았다.
윤여수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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