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클리닉사랑과전쟁’설마…실화맞나요?

입력 2008-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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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보낸사연토대제작…“실제부부관계드라마보다더섬뜩할때많아”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시청자 게시판은 언제나 뜨겁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이혼에 대한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이 일주일 내내 펼쳐진다. 시청자들은 결혼을 위협하는 가장 빈번한 문제인 외도 장면을 지켜보면서 동질감과 연대의식을 느끼고, 결혼 생활의 반면교사로 삼기도 한다. 또 시청자들은 배심원이 되어 등장인물들의 이혼에 관한 찬반 투표를 벌인다. 투표 결과가 방송됨은 물론이다. 이것이 1999년 10월 첫 방송 이후 지난 9년간 평균 시청률 15%를 유지해온 비결이다. 하지만 소재의 생생함이 남의 가정을 훔쳐보는 관음증을 자극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부부관계를 선정적으로 다룬 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원조로 지목돼왔고,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난도 끊이질 않는다. ○ 모두 실화바탕 제작…공감대 높여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주로 시청자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지난 9년간 쌓인 수천여건의 사연과 매주 올라오는 100여개의 사연들 중에 방송 가능한 소재를 드라마 형식으로 가공한다. 민지연 작가는 “방송을 보면서 간혹 ‘저게 있을 법한 이야기냐’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사연의 수위는 그보다 훨씬 높다. 드라마는 그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된다”고 했다. 이어 “시청자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드라마보다 더 무섭고 독한 현실에 가끔 섬뜩해질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 생생한 소재탓 선정성 비난받기도 부부의 이혼 위기를 다룬 프로그램들을 이제는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채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초창기에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평범한 프로그램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지난 방송분들이 매주 100회 이상 케이블채널을 통해 재방송되면서 근래 들어 10%대 초반으로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 김진환 PD는 “케이블채널 재방송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과다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또 TV 속 부부관계를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의 수위가 워낙 높다보니 과거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가졌던 화제성을 잃어가는 데 대한 고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제작진에게 “가족의 의미,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당초 기획의도는 중요하다. 허남훈 기자 noi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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