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내공어디가나”…4가지키워드로본인순이공연

입력 2008-04-04 06: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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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50세인가. 무대 위에서 인순이는 20대보다 파워풀했고, 웬만한 여가수보다 더 섹시했다. 옆집 아줌마처럼 푸근했고, 30년 동안 ‘가수’로 살아온 이답게 완벽했다. 3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데뷔 30주년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 ‘나는 전설이다’의 첫 번째 공연. 섹시(Sexy), 파워풀(Powerful), 프렌들(Friendly), 호프풀(Hopeful)했던 인순이의 공연을 조목조목 살펴봤다. Sexy 인순이는 공연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거금 내고 공연에 오신 분들에게 30원치 본전을 우선 뽑아드리겠다”며 몸을 감싸고 있던 붉은 색 상의를 시원하게 벗어던졌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몸에 착 달라붙은 블랙 의상이 인순이의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지만 50대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바디라인이었다. 물론 S라인 몸매가 인순이의 진정한 섹시함은 아니었다. 인순이는 완벽한 웨이브 댄스로 요염한 공연을 이어갔다. 뮤지컬 ‘카르멘’의 삽입곡 ‘하바네라’를 부를 때는 의자를 이용한 댄스로 20대 못지않은 유연함을 과시했다. 영화 ‘물랑루즈’의 삽입곡 ‘물랑루즈’을 부를 때 인순이의 섹시함이 절정에 달했고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인순이는 “여자들끼리 하는 얘긴데 55사이즈의 꿈, 이룰 수 있다”며 쥬얼리의 멤버 서인영이 춰 유명해진 털기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Powerful 이번 공연은 섹시한 퍼포먼스와 함께 인순이의 파워풀한 가창력도 돋보였다. 인순이는 3옥타브를 넘나드는 성량으로 ‘클라임 에브리 마운틴(Climb every mountain)’ ‘비너스(Venus)’ 주몽 OST에 삽입된 ‘하늘이여 제발’ 등의 어려운 노래를 무난히 소화했다. 특히 격렬한 댄스를 추면서도 호흡 한 번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인순이의 노래는 장르 구분도 없었다. 창, 발라드, 트로트, 샹송, 랩, 팝송 등 다양한 음악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노래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의상과 무대를 선보이며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공연을 완성해 나갔다. 댄스 역시 남자 백업댄서들에게 뒤지지 않는 파워풀한 몸짓으로 관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Friendly 하지만 인순이 공연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친근감이었다. 인순이는 공연 도중 관객석으로 뛰어들어 팬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자신을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해준 고마움 때문이었다. 흥에 겨워 무대 앞으로 뛰쳐나온 팬의 돌발행동에도 환하게 웃으며 받아줬다. 오히려 더 열정적인 무대로 보답했다. 인순이는 관객석 맨 앞에 앉아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팬을 지목하고는 “이 분 분위기에 맞는 애절한 발라드를 불러주겠다”며 ‘사랑가’를 무반주로 부르는 등 재치 있는 공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간단한 율동 등 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템으로 웬만해서는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는 중장년층을 좌석에서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그는 또한 ‘단발머리’ ‘소녀시대’ ‘밤이면 밤마다’ 등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친숙한 노래로 흥을 돋웠다. Hopeful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꿈’으로 마무리됐다. 인순이는 “여러분 꿈을 꾸십시오. 포기하지 마십시오. 꿈을 이루어집니다. 저 역시 다시 꿈꾸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거위의 꿈’ 열창했다. 인순이는 노래를 부르던 중 90도로 몸을 숙여 인사하고는 “지금까지 지나온 30년을 잊고 좋은 노래와 공연으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공연을 찾은 김지현(주부·46) 씨는 “최고의 공연이었다”며 “역시 인순이의 공연은 다른 가수와 다른 특별함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현진(회사원·38) 씨도 “솔직히 이 정도로 감동적일지 몰랐다”며 “인순이의 뛰어난 노래 실력에 새삼 감탄했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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