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必聽음악실]이상은11집‘신비체험’

입력 2008-04-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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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통증달래주는선율
이상은은 할리우드 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대중적인 스타였지만 숨겨둔 자신의 예술혼을 낫 벼리듯 벼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거물 예술가로의 변화를 이뤄낸 점이 참 닮았다. 그녀는 대중들에게 여전히 ‘담다디’ ‘사랑할꺼야’ ‘언젠가는’ 등 1990년대 초반까지 발표했던 대중적 히트곡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 하지만 이상은은 90년대 중반 인기나 부에 대한 일말의 미련도 없이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철저히 따르면서 한국 가요계 걸작으로 꼽히는 1995년 음반 ‘공무도하가’를 발표했다. 이상은이 2000년대 발표 음반들은 대부분 비평가의 상찬을 받고 있지만 그 중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음반이 2003년 발표된 11집 ‘신비체험’이다. 11집 음반은 이상은이 한동안 예술성에 몰입하면서 멀어진 대중들에게 손을 내미는 음반이다. 이전까지 이상은의 음반은 ‘공무도하가‘에서 정점을 이뤘던 동양성의 탐구란 메시지가 강해 대중들이 접근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다. 아이러니한 결과지만 동양인인 한국인들에게 동양적인 정신과 음악 요소들을 진지하게 담아낸 음악들은 어려웠다. 이상은은 11집을 내놓으면서 월드컵 얘기를 꺼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보면서 대중들을 만나고 싶어졌다”고 설명했다. 월드컵은 붉은 악마들만이 아니라 철저히 자신만의 공간 속에서 내면의 탐구에 몰입하던 뮤지션까지 광장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상은이 ‘뽕발라드’를 들고 나온 것은 아니다. 여전히 11집에는 곳곳에 예술성 강한 곡들이 포진해 있다.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도입한 7분이 넘는 대곡 ‘더 월드 이즈 언 오케스트라‘(The World Is an Orchestra), 동양적 음악적 요소들을 서구 음악의 재료들과 버무린 ‘미스테리엄’(Mysterium), 음반의 단아한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는 ‘수퍼소닉’(Supersonic)은 여전히 조금 낯설다. 이상은은 이런 곡들과 함께 대중들과 함께 부르고 들을 수 있는 곡을 수록했다. ‘소울메이트‘(Soulmate)와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은 따뜻한 멜로디와 서정성이 가득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누구나 흥얼거리고 싶게 만드는 곡들이다. 특히 ‘시크릿 가든’은 ‘민트향의 샴푸’ ‘향기나는 연필’ 등 친근한 일상적 소재의 가사로 더욱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상은의 앨범은 다른 웰메이드 음반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 보너스도 있다. 바로 ‘치유’의 기능이다. 11집을 듣고 있노라면 음악이 외롭고 상처 받은 이들을 달래주고 환부에 새 살이 돋게 하는 마음의 연고가 되는 ‘신비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11집을 편안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죽 들어보면, 특히 ‘시크릿 가든’을 흥얼거려 보면 털어 놓을 대상도 없고 좀처럼 가라앉지 않던 지긋지긋한 마음의 통증이 서서히 멀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영균 스포츠지 대중문화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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