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용·왕영은의행복한아침편지]“우리딸이사라졌다고요?”

입력 2008-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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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오후 4시10분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그날따라 전화벨이 자주 울렸는데, 꾸물꾸물한 날씨라 외출하지 않고 있던 차였습니다. ‘집에 콕 박혀있는 걸 누가 알고 그러나?’라며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고등학생 딸의 담임선생님이셨습니다. 저는 얼른 “아 예 선생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하고 상냥하게 물어봤는데,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어머니! 따님이 학교에 안 나왔어요. 아침에 바빠서 조회를 못하고 지금 교실에 갔는데요. 따님 자리가 비어 있더라고요. 아무 연락도 없이 결석하면 무단결석이 되거든요.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 차 어머님께 전화 드리는 거예요” 이러는 겁니다. 애가 학교에 없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분명히 아침에 학교 간다고 집을 나섰는데, 딸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 안 갈 이유가 없는데, 도대체 얘가 어딜 갔는지… 가슴은 두방망이질 치고, 정신은 아득해졌습니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된다고 했지요. 갑자기 ‘이 사람이 정말 담임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딸내미 입학식 날 참석하지 못 해서, 담임 선생님 얼굴을 뵌 적도 없었습니다. 목소리도 처음 들어봤고, 무엇보다 우리 딸이 학교에 없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까지 상냥하게 말하던 목소리를 얼른 단호하게 내리깔고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하고 여쭤봤습니다. 그리고 “무슨 과목 가르치세요? 우리 애가 몇 학년 몇 반이에요?” 하고 취조하듯이 물었더니,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어머님! 요즘 극성인 보이스피싱 때문에 물어보시는 거죠? 저 정말 00여고 1학년 12반 담임 김00 확실합니다. 어머님 의심가시면 옆에 계신 선생님 바꿔드릴까요?” 하면서 말씀하시는데, 분명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이 확실했습니다. 다시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어떡해요? 우리 아이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고서야, 아이가 학교에 안 갈 리가 없거든요. 우리 딸 초등학교, 중학교 9년 동안, 결석 한 번, 지각한 번 안 해 본 아이예요” 하면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이 오히려 더 놀라시는 것 같더군요. “어머님 진정하시고요. 제가 교실에 가서 다시 알아보고 5분 후에 전화 드릴게요” 하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저도 바로 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학교에서는 꺼 놓고, 집에 올 때 켜 놓는 게 학교 원칙이라서 당연히 전화기는 꺼져 있습니다.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손이 달달 떨리고 미칠 것 같았습니다. 우리 딸이 어떻게 된 건 아닌가 너무 너무 걱정이 됐습니다. 작년에도 자취하는 우리 대학생 아들이 납치 당했다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차라리 이 전화가 그런 전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그 때 전화벨이 다시 울리고 담임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는데, “어머님 죄송해서 이일을 어떡해요. 따님이랑 이름이 비슷한 다른 아이가 있는데, 제가 아직 아이들 얼굴을 다 못 익혀서 다른 아이랑 헷갈렸나봐요. 제가 경솔하게 이런 실수를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러시더군요. 그 소리에 전 저도 모르게 “아휴. 선생님! 저는 우리 딸한테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너무 놀랐잖아요” 하고 말았답니다. 어쨌든 딸내미가 교실에서 공부 잘하고 있다는 말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선생님도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셨습니다. 요즘 세상이 하도 험하다보니, 선생님의 작은 실수에도 이렇게 크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날 전화 끊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저는 청심환까지 챙겨 먹었답니다. 경기평촌 | 김미숙 행복한 아침, 정한용 왕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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