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무비]소리없이500만…밤에뛴‘추격자’

입력 2008-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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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타고심야에성인관객몰려…신인감독·잔혹스릴러등악조건불구흥행가도
《영화 ‘추격자’가 이르면 9일, 늦어도 10일께 전국 관객 5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스릴러 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흥행세다. 2월14일 개봉한 ‘추격자’는 7일 현재 전국 200여개가 넘는 상영관에서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다. 개봉에서 흥행까지 ‘추격자’가 달려온, 피말리는 순간을 담았다. 그리고 그 끝나지 않은 후일담도 취재했다.》 # 장면 1 1월 중순 개봉을 앞둔 영화 ‘추적자’의 마케팅 회의가 열렸다. 배급, 제작, 마케팅 담당자들이 모여 머리를 쥐어짰다. “31일 개봉되는 한국영화만 4편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아직 잘나간다. 대박 조짐이다”, “‘명장’도 재미있다는데….” 지난 설 연휴에는 무려 10편의 영화가 뒤엉켰다. 그 속에서 ‘추격자’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잘나왔대”라는 소문은 점점 커졌지만 설 연휴 뒤 봄방학 직전에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는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 장면 2 1월30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 28일 언론시사회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추격자’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처음으로 메가박스 전관 시사회를 열었다. 설날 영화들이 개봉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그리고 이 시사회는 500만 관객을 모은 입소문의 진원지가 되었다. 신인감독, 주연으로서 흥행의 경험이 없는 배우, 최악의 개봉 시기, 18세 이상 관람등급, 잔혹한 스릴러, 무려 123분에 달하는 상영시간. 개봉 전 ‘추격자’는 입소문을 빼면 흥행 성공 공식에 들어맞는 강점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홍보 담당자들은 언론시사회 이후 “평은 좋은데 인지도가 오르지 않아 큰일이다”고 걱정해야 했다. 연쇄살인범 역을 연기한 하정우는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까봐 오락프로그램은커녕 언론 인터뷰도 최소화했다. ‘무릎팍도사’에 나가 영화에 대한 하소연을 할 배우도, ‘놀러와’에 출연해 한판 놀아줄 배우도 없었다. 하지만 개봉 직전 만난 김윤석은 자신감이 넘쳤다. 김윤석의 전화기는 연신 문자메시지 수신으로 ‘웅웅’ 몸을 떨었다. “다들 잘 봤단다.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고생은 둘째치고 나홍진 감독이나 하정우 모두 작품에 확신이 있었다. 그 믿음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개봉과 함께 영화는 김윤석의 확신과 믿음을 현실로 만들어줬다.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신인감독의 뚝심 가득한 연출력은 빠른 입소문의 힘을 확인시켰다. 이런 힘은 잔혹한 장면마저 반감시켜주는 효과를 발휘했다. 각급 학교가 개학하며 전체 영화 관객은 줄었지만 어른들은 ‘추격자’를 보러갔다. ‘추격자’의 제작사 영화사 비단길의 이민희 기획 프로듀서는 “평일보다 주말에 더 많은 관객이 몰리고 상영관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일반적인 현상 말고도 오전보다 오후에, 또 심야시간대 관객수가 훨씬 많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 ‘추격자’는 ‘스멀스멀 영화’라고도 불린다. 이 같은 힘으로 ‘추격자’는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아 겨울방학에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보다 빠른 속도로 300만,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디 워’와 ‘화려한 휴가’만이 넘어선 500만명 고지를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격자’는 스릴러 장르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갖고 있는 2003년작 ‘살인의 추억’의 510만 관객 수치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경호 기자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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