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파뉴발포성와인‘샴페인’을터트리다

입력 2008-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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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이 소믈리에 대회에서 1등을 했다. 한 턱 쏜다며 샴페인 ‘모엣 샹동 브뤼 임페리얼(MOET & CHANDON BRUT IMPERIAL)’을 주문한다. 과일 향기와 꽃내음이 동시에 난다. 습관처럼 잔을 돌려 코에 다시 갖다내니 버블과 함께 확 올라오는 향이 코를 톡 쏜다. 김은정은 “샴페인 잔은 돌리지 않는게 좋아”라고 말한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샴페인은 무척이나 시원하고 상쾌하다. “샴페인을 왜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줄 알아?” 이게 도대체 뭔 소리람. 샴페인이 샴페인 아닌감. “샴페인은 샹파뉴(Champagne)의 영어 발음인데, 샹파뉴는 프랑스의 한 지역이야. 대부분의 발포성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으로 통하는데, 유독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만 샴페인이라고 불러. 이름을 독점한거지. 왜냐고? 샹파뉴의 한 수도사가 샴페인을 처음으로 만들었으니까.” “그게 누군데?” “바로 그 유명한 돔 페리뇽이야. 이야기는 17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 지하 창고에 보관해 놓은 와인병이 봄이 되면 탄산 때문에 터지는 일이 발생했어. 당시 사람들은 이런 와인을 ‘악마의 와인’이라고 불렀데. 추운 겨울에 잠자던 효모가 온도 상승으로 인해 병 속에 탄산가스를 만든 건데 이유를 몰랐었거든. 그런데 샹파뉴의 오빌리에 수도원에서 와인 제조를 하던 돔 페리뇽은 모험심이 강해 터져 있는 와인을 맛 본거지.” “17세기면 미신이 강해서 마시기 힘들었을 텐데.” “그의 모험 스토리는 이게 끝이 아냐. ‘악마의 와인’을 담으려면 특별한 병과 마개가 필요했어. 일반적인 병과 나무 마개로는 샴페인의 압력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 마침 프랑스는 영국에서 튼튼한 유리를 수입하던 때였는데 이 유리로 만든 병에 뱃사람들에게 우연히 받은 스페인산 코르크로 마개를 하고 철사로 단단히 매는 방법을 고안한게 샴페인의 시작이 된거지.” 빈 잔에 샴페인을 채우며 김은정의 얘기는 이어졌다. “하지만 모엣 가문이 없었다면 샴페인은 그냥 묻혀버렸을 수도 있어. 1743년 프랑스 와인상인 클로드 모엣이 샹파뉴에 샴페인 회사 ‘메종 모엣’을 차리면서 샴페인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지. 클로드의 손자 장 레미 모엣은 나폴레옹과의 친분을 통해 이를 최고 샴페인 회사로 만들었고, 증손자 빅토르 모엣과 그의 사위 피에르 가브리엘 샹동이 회사 이름을 ‘모엣 샹동’으로 바꾼 뒤 돔 페리뇽 사후 117년 만인 1832년 최고 명품 샴페인 ‘돔 페리뇽’을 만들어.” 지금 마시고 있는 모엣 샹동에 이렇게 재미난 스토리가 있을 줄이야. 다음에 축하할 일이 생기면 돔 페리뇽을 따리라. 그리고 넌지시 말할 거다. “혹시 샴페인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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