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실컷욕먹으니쑥쑥크던데요”

입력 2008-04-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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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촬영에도야구장으로GO…스트레스는야구로풀어요”
조강지처를 버리고 돈을 위해 가식의 사랑을 택한 남자. 그러나 악행은 계속되기만 한다. 급기야 시청자들은 참지 못했다. KBS 1TV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에서 그런 악행을 저지르며 시청자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극중 나선재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조동혁이다. 극중 장인 이정길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장면이 방송된 지난 11일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은 그를 성토하는 글들로 가득했다. 드라마가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그의 악행은 더 심해져만 가고 있었다. 사실 시청률 40대를 기록하고 있는 ‘미우나 고우나’에서 악역은 오로지 그 하나 뿐이다. 드라마에서 홀로 악역을 연기하는 느낌은 어떨까. 조동혁을 만나 그의 꿈과 연기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나선재에 관해 들어봤다. -모델 출신이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오지호, 김민준, 김남진 등과 함께 모델 생활을 하다 연기를 배웠다.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 연기를 하는 건 상상도 못해봤다. 그런데 연기를 배우면서 내 안에서 뭔가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시 스승인 신용욱 선생님을 요즘도 가끔씩 찾아뵌다. 정신적으로 지쳐있거나 내 스스로가 나태해져 있다고 느낄 때 ‘선생님, 욕 좀 먹으러 가겠습니다’ 하고 가서 말씀을 듣고 나면 정신적으로 무장이 되는 느낌이다.” -그 동안 유학파나 엘리트 역할을 주로 맡았다. 나선재도 미국 MBA 출신 펀드매니저인데. “난 굉장히 밝고 소탈한 사람인데 나의 이미지가 좀 딱딱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사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은 좀 더 서민적이고 사람냄새 나는 역할이다. 중국집 자장면 배달부도 좋고, 양아치 역할도 좋다. 조니 뎁처럼 작품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선재란 인물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심정적으로 나선재의 행동에 동의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여자친구를 버리고 부잣집 딸과 결혼하지만 사실 나선재가 가난한 집 아들도 아니고, 능력이 없는 인물도 아니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나쁘게만 받아들여지는 나선재가 안타까울 때가 있다. 지영(이영아)과 나누는 사랑 얘기가 조금 더 그려졌더라면 수아(유인영)와 힘들 때마다 지영이를 찾아가는 게 아주 조금은 이해를 받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사랑의 간절함이 없다보니 나선재가 더 나쁜 사람으로 비치는 것 같다.” -악역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다. 더구나 아주 센 악역이다. “아무리 연기라도 나쁜 짓을 하는데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촬영이 끝나고 나면 스스로 고개를 못들 정도로 죄송스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정길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님들이 격려도 많이 해주신다. 선배님들은 오히려 더 악하게 한 번 해보라고 부추기신다.(웃음) 나선재를 연기한 경험이 앞으로 연기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선재는 항상 화가 나있다. 마지막으로 웃은 건 언제인가. “나선재도 퇴근해서 집에 오면 어머니를 보고 가끔 웃을 때가 있다. 그걸 ‘저 놈도 집에서는 착한 아들이고, 사랑받는 아들이구나’ 하고 봐주시면 좋을 텐데 그것도 이중인격으로 보시기 때문에, 하! 하! 사실 웃는 장면도 연기하기 쉽지 않다.” -자연인 조동혁은 어떤 사람인가. “자유인. 언제 산으로 올라갈지 모른다.”(웃음) -연예인 야구단 ‘재미삼아’의 활동도 열심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연기가 잘 안되고 힘들 때 혼자 노래방 가서 소리도 질러보고, 잘 안마시는 술도 마시고 그랬다. 그러다 안재욱 선배의 소개로 ‘재미삼아’에 들어가게 됐다. 그 후로 연기의 스트레스를 야구로 다 풀었다. 그런 점에서 야구는 참 고마운 운동이다. 지금은 밤샘촬영을 하고도 야구장으로 달려갈 정도로 좋아하게 됐다. -‘미우나 고우나’의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작진은 궁극적으로 해피엔딩이라 했는데, 나선재도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까? “그러기엔 나선재가 이미 너무 멀리 나간 게 아닐까? 결말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나선재는 몰락하고 백호(김지석)가 정리하는 쪽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모프로그램에서 결혼하고 싶은 남자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나선재가 3표로 꼴찌를 했더라.(웃음) 나선재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시청자들의 미움을 조금은 덜 받는 방향으로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 <조동혁은...> 2004년 SBS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에서 성지루의 보디가드 역할로 데뷔했습니다. 첫 대사는 “예, 사장님 알겠습니다.”였죠. 2005년 영화 ‘애인’에서 성현아의 남자로, 2007년 1월부터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의 이상민, ‘8월에 내리는 눈’의 한동우, ‘미우나 고우나’의 나선재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연예인 야구단 ‘재미삼아’의 1루수를 맡고 있지요. 지난 2년 동안 홈런을 8개나 쳤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홈런이 없네요. 하지만 나선재가 홈런은 아닐까요? 덕분에 욕도 많이 먹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허남훈기자 noi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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