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승부…승부뒤집은‘발상의전환’

입력 2008-04-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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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2월21일MSL 8강3경기이윤열(테란) VS박성균(테란)
나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수많은 선수들과 겨뤄왔고, 지금도 많은 후배들에게 도전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런 도전자 중에는 나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같은 게임단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는 특히 껄끄럽다. 왜냐하면 이겨도 개운하지 않고,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어 고도의 심리전을 쓰지 않고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21일에 MSL(MBC게임 스타리그)에서 만난 박성균 선수와의 경기도 다른 게임단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침착성과 심리전을 요구했었다. 경기 시작부터 박성균 선수는 내가 알던 박성균 선수가 아니었다. 연습 때는 중앙에 투 팩토리를 짓는 걸 주로 했었기에 그런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3시 언덕 쪽에 팩토리를 지어놓았다. 투 팩토리인 줄 알고 멀티를 늦게 뛴 나는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게 되었다. ‘오, 이 녀석∼ 멋진데?’ 라며 쓴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박성균 선수의 멋진 심리전에 나는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하지만 심리전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연습 때의 내 모습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를 역으로 고민하면서 평소에 내가 탱크를 자주 사용했었다는 것에 착안, 역으로 레이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내가 당연히 탱크로 갈 것이라 생각했던 박성균 선수는 레이스를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흔들렸고, 나는 이를 발판으로 5대5 중앙 힘싸움을 유도했다. 이어 장기간의 결투 끝에 나는 또 한 번의 값진 승리를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실력이 백중세라면 ‘어떻게 심리전을 펴느냐’가 경기를 바로 좌우하게 된다. 상대방이 항상 같은 패턴을 유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꾸준한 관찰과 연구도 필요하지만, 정말 필요할 때에 정확히 파고들 수 있는 심리전도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이 윤 열 위메이드 폭스 소속 프로게이머. ‘4대 천왕’으로 불리고 있다. 온게임넷 최초로 골든마우스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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