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내려간 눈꼬리에 미소가 번지면 귀여운 소녀의 모습이다. 인터뷰 도중 이따금씩 삐죽 튀어나오는 부산 사투리는 친근함을 준다. 최근 트로트 앨범 ‘자꾸자꾸’를 발표한 신인가수 이지원(본명 이희숙¤30)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더욱 친근감이 간다. 그는 회사원에서 전문직을 거쳐 사업까지 해본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력의 소자다. 이지원은 유명 노래방 기기업체 ㈜금영의 음악연구실에서 근무했고, 뒤늦게 대학(숙명여대)에 입학, 의상디자인을 전공해 석사과정까지 이수한 후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어린이집을 운영해 사업가로도 경험을 쌓았다. 가수는 뒤늦게 도전한 탓에 여느 신인가수보다 나이가 좀 많다. 이지원의 가수 데뷔는 아무래도 노래방 기기업체 근무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95년 금영의 ‘코러스88’이라는 기기에 들어갈 코러스 화음을 넣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금영 음악연구실에서 근무하게 됐다. ‘애창곡’과 ‘이달의 신곡’을 선곡하는 일과 가사나 멜로디가 잘못된 곡들을 수정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지원은 가사나 멜로디 수정을 위해 반복해서 노래를 부르다보니 주위 사람들에게 노래실력이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됐다. 처음엔 가수의 꿈은 없었고, 노래 부르는 업무가 좋았다. 하지만 노래 실력을 아깝게 여긴 회사 측에서 가수 데뷔를 적극 권유했고, 지원까지 약속했다. “꿈은 따로 있었어요. 여성부장관 같은 여성들의 대변인이 되고 싶었죠.” 작곡가 정의송으로부터 가수준비를 시작한 이지원은 별도의 보컬 트레이닝이 필요 없었다. 노래방 기기업체 근무시절, 가사나 멜로디를 수정을 위해 원곡을 끝까지 들어야만 했고, 경쟁제품의 노래방도 알아야 했기 때문에 엄청난 곡들을 듣고 불렀다. 그 결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신의 창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됐다. “하루에 많게는 100곡을 부른 적도 있어요. 웬만한 가요는 다 알 정도죠. 심지어 노래 번호 지정도 내가 했기 때문에 아직도 노래 번호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이지원은 가수 데뷔 전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노래방 기기 업체를 다니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전시회까지 열었다. 이후 어린이집도 개원해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뒤늦게 가수로 데뷔한 이지원은 각오도 남다르다. 인기를 얻기보다 그저 오랫동안 노래하기를 원했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오래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서서히 꾸준히 오래도록 가수를 하고 싶어요. 노래와 함께 나도 늙어가고 싶습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