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만찬‘아줌마누드’

입력 2008-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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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시골마을오락센터건립위해화보집내빚만산더미
스페인의 한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지극히 평범한 중년의 아줌마 7명이 누드 화보를 찍었다가 빚더미에 앉게 됐다. 사연은 이렇다. 이들이 사는 북부 살마마니카주의 세라디야 델 아로요는 인구의 75 가 퇴직자인 스페인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조용하고 고풍스럽긴 하지만 노령화가 심해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은 뜨거운 환영을 받는다.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도 있구나” “당신들은 참 행복하겠군요”라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문제는 그것이 전부라는 점. 외지인에 비쳐지는 겉모습과 주민들의 생활에는 괴리가 있다. 교실이 하나 밖에 없는 초등학교에는 한명의 교사가 7명의 학생을 책임진다. 학생들의 나이가 7∼11세로 4학년에 걸쳐 있지만 모두 한 교실에 수용돼 있다. 주민들의 복지기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학교는 너무 비좁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오락센터를 만들어주고 싶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재원 조달 방법을 논의한 학부모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자구책은 황당하게도 누드 화보를 찍자는 것이었다. 이는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아줌마들은 카메라 앞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용인 반짝이 실만 두른 채로 대담한 포즈를 취했는가 하면, 테이블 위에 꿇어앉아 여우 털을 휘감은 상태에서 사냥총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도 촬영에 응했다. 사냥총을 소품으로 사용한 것은 이 마을이 사냥꾼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란 점을 알리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이었다. 이렇게 제작된 화보는 지난해 11월 달력으로 만들어져 개당 5달러에 팔렸다. 처음에는 빅 히트였다. 하지만 초반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5000부가 재고로 남았다. 판매 수익은 이미 바닥난 가운데 아줌마들은 인쇄업자에게 1만유로(1만6000달러)의 빚마저 지게 되면서 하루하루를 한숨으로 살고 있다. 아줌마들은 자신들이 순수 아마추어로 출판이나 광고가 뭔지도 모르는데다 배급업자의 잘못까지 겹치면서 ‘대박’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모델로 나선 로사 가린(36)은 “이번 일은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할 지 몰라 안타깝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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