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변호사“계약은문서로…소송막는첫걸음”

입력 2008-04-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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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모델삼아창의적실험…전문가조언에귀기울여야”
세상에는 법과 관련하여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너무도 선하여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반대로 너무도 극악무도하여 ‘법 없이 사는 사람’, 그리고 ‘법 없이는 못 사는 사람’. 최광석 변호사(39)는 직업군으로 보아 세 번째 부류에 해당한다. 그는 법 없이 못사는 사람이지만 앞의 두 부류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법 없이 사는 사람도, 법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모두 문제가 있기는 매한가지. 특히 부동산 자산 비율이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로티스 합동법률사무소 최광석 대표변호사는 자칭 타칭 부동산 관련 소송 전문가이다. 처음에는 자칭이 강했지만, 지금은 법조계에서 ‘부동산’하면 최광석이다. 국내 부동산의 최고 ‘법고수’ 최 변호사를 만나 ‘법문’을 청했다. - 왜 하필 부동산입니까? “그런 질문 많이 받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구요. 2000년 개업하기 전에 소속돼 있던 로펌에서 부동산 분야를 다룬 것이 인연이었죠. 그런데 그때만 해도 로펌들이 부동산에 관심이 별로 없었거든요? 내가 생존하려면 남들보다 잘 아는 분야가 나을 것 같고, 또 로펌들과 경쟁력도 있을 것 같아서 뛰어든 겁니다.” 로티스는 부동산 소송 전문이다. 부동산과 관련되지 않은 소송은 100반려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부동산 하나만 하기에도 벅차다’라고 말한다. -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힘들죠. 사실 하나만 하면 뭐든 단조롭고 지루하잖아요. 무엇보다 당장 돈벌이가 안 돼요. 시작할 때는 내가 뭘 한다고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잖아요? 사실 변호사들의 수입구조란 것이 대부분 자기 인적 네트워크에요. 그걸 물리치는 일이 쉽지 않죠. 주변에서 소개해 주는 돈 될 만한 사건들을 멀리할 수 있어야 해요. 반면 내 전문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소송이라면 심지어 무료로라도 맡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용기가 필요하죠.” 개업 후 4, 5년은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최 변호사는 ‘완전 흥부네 집이었다’면서 웃는다. 돈 되는 사건들을 눈앞에 두고도 ‘콘셉트가 맞지 않는다’란 이유로 외면하니 직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아내도 슬금슬금 눈치를 주었다. 그래도 버텼다. 뭘 믿고 그랬을까? “장기적인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그땐 힘들었지만, 지금은 일이 너무 너무 편해요. 8년 정도 부동산 관련 소송만 맡다보니 이젠 웬만한 건 다 해봤거든요. 상담을 할 때도 자신감이 있죠. 의뢰자들도 다른 곳에서 듣지 못한 얘기를 여기서 들으니 전문가로 대접을 해주고요. 한 달에 들어오는 소송 건이 이제는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적지 않을 걸요? 이젠 돈만 벌면 됩니다. 하하!” 최 변호사는 다른 곳에 비해 수임료도 적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가에게 기업가 정신이 있다면 그에게는 전문가 정신이 있다. 자신이 아는 것을 양질의 서비스로 제공하고, 보수를 조금 덜 받으면 서로가 행복해진다. ‘최 변호사는 멋진 사람’이란 말을 듣고 싶다. - 가장 빈번하게 들어오는 소송은 어떤 겁니까? “많이 일어나는 분쟁이 제게도 많이 들어오게 되죠. 우리나라는 소송이 많은 편이에요. 소송 이전에 걸러질 수 있는 분쟁 해결 시스템이 적기 때문이죠. 가장 많은 소송은 명도소송입니다. 임대인은 나가라고 하는데 임차인은 못 나가겠다고 버티는 경우죠. 장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5년, 10년을 계획하고 투자를 하는데 계약서에는 2년으로 명시되어 있거든요. 2년 뒤에 건물이 팔린다든지, 임대인에게 문제가 생긴다든지, 뭔가 상황이 바뀌게 되면 사고가 나는 거죠.” - 결국 임차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겠군요? “판결은 계약서에 따르니까요. 그런데 임차인들의 지위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어요. 과거 부동산이 부족할 때에는 임대인들이 지나치게 강압적이었죠. 하지만 이젠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관련 법률이 많이 나와서 입장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임차인들도 너무 눈치만 보지 말고 자기 할 얘기는 해줬으면 좋겠어요. 관철이 안 되면 다른 곳을 과감하게 알아봐야 하겠죠. ‘이 건물이 아니면 안돼’하다 보면 결국 저자세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최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변호사’란 말을 듣는다. 그래서 로티스 사무실은 다른 곳과 달리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노페이퍼 오피스’. 과연 최 변호사의 책상 위에는 A4 용지 한 장 놓여있지 않았다. 서류더미가 사람 머리 위로 쌓이기 마련인 다른 변호사 사무실과는 사뭇 다른, 생뚱맞은 전경이다. “변호사들이 사무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법정에 나가 있는 시간은 의뢰인들을 만날 수가 없죠. 서류에 매어있다 보면 외부에서 의뢰인과 통화를 하더라도 적절히 응대를 할 수가 없어요. 기록, 자료가 모두 사무실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모든 자료를 스캐닝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노트북 하나면 이제 어디서도 의뢰인의 요구에 완벽히 응할 수 있죠. 그래서 전 출근시간도 따로 없어요. 재택근무도 많이 하죠.” 처음엔 “변호사님! 눈이 어룽거려서 못 보겠어요”하던 직원들도 이젠 모니터로 자료를 검색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최 변호사의 ‘창의적 실험’은 3자 전화통화에서도 나타난다. 의뢰자가 문의를 해 올 경우, 필요에 따라서는 최 변호사와 담당 팀장, 의뢰인이 3자 통화로 대화한다. “들으면 웃으시겠지만 제 목표는 구글입니다. 직원들에게 창의적이지 않은 일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합니다. 자동차가 있는데 굳이 뛰어갈 필요는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차를 타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을까, 이게 제 최대 고민거리입니다. 집에서도 취미가 이거 연구하는 거에요.”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냐고 했더니 “일은 됐고, 우리 마누라?”하고는 하하하 웃는다. “사람들은 ‘따블, 따따블’을 외치며 부동산으로 벌 생각만 하죠. 주변에는 벌었다는 사람들만 보이죠? 번 사람은 벌었다고 말하지만 잃은 사람은 창피해서 말을 못합니다. 조용히 제 사무실을 찾아오죠. 실제로는 실패한 사람도 참 많습니다. 너무 남의 성공담에만 현혹되지 마시고 안 되었을 경우도 생각하세요. 부동산 중개인 말만 듣지 마시고 건축사 등 전문가 말에도 귀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꼭 문서로 남기세요. 소송을 피하는 두 가지 원칙입니다.” 글·사진|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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