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의 아버지가 중견 연기자 김용건이란 사실은 이제 일반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인터뷰에 나서며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물을 것인지 잠시 고민했다. ‘아버지에 관해 얘기하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주변의 말 때문이었다. 사적인 부분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축과 그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축의 ‘신경전’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정작 하정우는 그런 선입견이 억울했나보다.
“아니, 아버지에 관해 딱히 할 얘기가 없어요.”
그 동안 숱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관한 질문을 또 그 만큼 숱하게 받아왔다는 ‘해명’ 뒤였다. “정해진 질문, 예컨대 아버지에게 연기를 배웠느냐, 아버지가 연기를 보시고 어떤 말씀을 하시느냐 등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곤 했어요”라는 그는 스스로 묻고 답했다.
“아버지에게 연기를 배웠냐? 배우지 않았다고. 물론 어릴 때부터 보아온 감각을 나도 모르는 새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연기를 보시고 어떤 말씀을 하시느냐? 별 말씀 안하신다. ‘잘 봤다’ 정도이죠. 연기를 하는 데 아버지가 반대하지 않았나? 안했어요. 많은 인터뷰에서 숱하게 받은 질문이고 또 그렇게 말한 답이에요. 하하!”
그는 “이젠 동생이 더 힘들 것 같아요”라며 또 한 번 웃는다. 그의 동생 김영훈도 역시 연기자. 하정우는 “동생도 나중에 그런 질문을 받을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나보다 더 힘들 거에요. 왜냐구요? 아버지와 함께 이젠 ‘형에게 연기를 배웠느냐?’ 따위의 질문이 보태질 거잖아요. 하하!”
기자도 웃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