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버금가는입체감‘슈팅게임계큰형님’…전설의게임‘제비우스’

입력 2008-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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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갤러그로 게임사에 길이 남을 ‘대박’을 터뜨린 일본 남코사는 ‘타도 남코’를 이마에 두르고 달려드는 경쟁 업체들의 거침없는 도전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은 코나미. 갤러그를 쏙 빼닮은 코나미의 ‘타임 파일럿’이 슬슬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끈 데다, 너구리, 동킹콩 등 만만치 않은 게임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자 남코는 더 이상 갤러그만으로는 최강의 자리를 수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그리하여 내놓은 역작이 바로 오늘 만나볼 ‘제비우스’다. 정식 발매는 1983년 1월 29일로 되어 있지만 1982년 탄생설도 있다. 어찌 되었든 남코는 이 제비우스로 라이벌들의 도전을 ‘한 방’에 잠재웠다. ‘인생은 한 방’이라는 삶의 진리를 몸소 보여 준 제비우스.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세련된 그래픽과 사운드로 사람들에게 ‘뛰는 갤러그 위에 나는 제비우스’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이 게임을 전설의 게임 2탄의 반열에 올려보았다. 제비우스는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게임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게임이다. 갤러그나 인베이더같은 선배 게임들이 그저 한 화면에서 싸우고, 죽이고, 죽고, 끝내버리는데 반해 제비우스는 끊임없이 위를 향해 우주선이 날아가며 적과 맞서 싸운다. 제비우스는 이 세로 스크롤 방식의 진정한 원조로 불린다. 공격방식도 세분화됐다. 날아오는 적을 버튼 하나로 해결하던 기존 게임들과 달리 제비우스는 지상과 공중으로 달려드는 적을 상대해야 한다. 따라서 게임버튼도 두 개가 필요하다. 오락실의 ‘기본형’이라 할 조이스틱 하나와 버튼 두개는 바로 이 제비우스를 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의 공격이 다양해진 만큼 게임의 난이도도 상승했다. 무지막지하게 쏘아대면 일단 50점은 먹고 들어가던 갤러그류와는 차원이 달랐다. 적을 공격하려면 정조준이 필요했다. 특히 지상 탱크같은 경우 미리 녀석의 행동을 예측하지 않고서는 애꿎은 땅만 파기 일쑤였다. 고대 나스카문양, 피라미드 등이 등장하는 화려한 그래픽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여기에 실버톤의 중간색 사용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을 정도. 특히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 날아드는 은빛 석판들의 입체적인 모습은 환상이었다. 처음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햇빛에 반짝이며 굴렁굴렁 날아오는 석판들을 넋 잃고 바라보다 애꿎은 우주선을 죽이곤 했다. 보스의 등장은 또 어떠하던가. 자잘한 무리들을 혼내주다 보면 “어떤 놈들이 우리 애들을 때렸냐”하듯 음산한 배경음악과 함께 ‘큰형님’처럼 생긴 지상요새가 등장한다. 이 ‘포스’가 우선 장난이 아니다. 물론 큰형님은 맷집도 좋아 어지간히 공을 들이지 않고서는 때려 부수기가 힘들다. 제비우스가 등장하면서 오락실의 ‘50원 신화’가 깨졌다는 것은 정설로 통한다. 일괄 50원에서 슬그머니 ‘제비우스는 100원’하는 오락실이 늘더니, 급기야 ‘신기종은 100원’으로 확대돼 아이들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만들었다. 여기서 문제. 제비우스에도 ‘엔딩’이 있을까? ‘나는 봤다’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 마디로 거짓말이다. 제비우스는 엔딩이 없다. 50라운드가 지나면 다시 1라운드로 돌아온다. 그렇다고 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255판이 되면 기계가 저절로 다운되어 버린다. 여기에 1000만점에 이르면 더 이상 점수가 올라가지 않는 ‘카운터 스톱’의 전설도 있다. 일본 제비우스 마스터 플레이어들의 증언에 의하면 1000만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3시간, 평균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목격된 사실이 없다. 그런 ‘극악무도한 작태’를 용인해줄 만큼 인심 좋은 오락실 주인이, 적어도 이 땅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가 클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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