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신봉선“못생겼다욕하는건‘옳지않아~’”

입력 2008-04-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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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쁘다. 동그랗게 자른 버섯머리를 하고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며 특유의 목소리로 환한 인사를 건네는 신봉선. 귀와 손가락에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귀걸이와 반지로 한껏 멋을 냈다.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예능상도 받은 그녀는 요즘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정도다. 일주일 내내 개그 연습과 촬영으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지만 전혀 피곤한 기색 없이 씩씩했다.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떠올리며 가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지만, 이내 껄껄대고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자신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장점으로 바꾼 그녀는 예뻤다. 신봉선이라는 이름을 알리기까지 노력한 것을 ‘7가지의 쌍 기역(ㄲ) 단어’로 그녀에게 물어봤다. ○ ‘꿈’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연예인이었다. 꼭 이런 것을 해봐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개그우먼이 되자’라고 마음먹었다. 이제 그 꿈을 이루었고, 앞으로는 개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전유성 선배님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는 것도 복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일을 하는 동안 즐기면서 평생 하는 것이 꿈이다. ○ ‘끼’는 남달랐나. 끼가 많다는 소리는 어렸을 때부터 들었다. 여섯 살 때 다른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 놀았지만, 나는 혼자 방에서 머리빗을 들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이 좋아한다. 대학 다닐 때도 혼자 ‘레게 파마’를 하고 다닐 정도로 튀는 것을 좋아했다. 주위에서 ‘네가 아니면 누가 연예인을 하겠니’, ‘넌 개그우먼 안 됐으면 큰일 날 뻔 했다’라고 할 정도였다. ○ ‘꾀’를 잘 부리는 편인가. 일할 때는 절대 꾀를 부리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 늘었다고 할까.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 여우가 되어 간다고 한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직접적으로 말을 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서운한 점이 있을 때 우회적으로 돌려서 말한다. ‘내가 만약 네 입장이라면 나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말하면 좋았을 걸’하고. 살면서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꾀가 늘었다. ○ ‘끈기’. 고등학교 때까지 생활기록부에 항상 주위가 산만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가만히 앉아 있는 편이 아니다. 뭐든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이 해봤다. 하지만 한 가지 일에서 끝장(?)을 볼 때까지 하고 싶은 끈기는 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에는 끈기가 저절로 생기는 것 같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엔 항상 주위 산만…“난 튀는게 좋아요” ○ ‘깡’. 후배에게 잘못하면 한 없이 굽힐 줄도 알고 선배님을 떠받들어야 하는 의무감도 있다. 만약 내가 잘못을 했을 때 주어지는 벌이라면 당연한 줄 안다. 하지만 이게 벌이 아니라 필요이상으로 (내가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괴로움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두고 봐라 내가 정말 잘 되겠다’라고 다짐한다. 상대방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나에 대한 욕심이다. 내가 잘 됐을 때 너 스스로 반성해라. 오기라고 하기보다 그런 깡이 나도 모르게 생기더라. ○ 신봉선의 ‘꼴’은 어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인터넷 악플이 너무 심했다. 생각 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듯, 죽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한다. 히히. 예전엔 웃기게 생겼다고 좋아해준 분이 많았다면 지금은 열심히 해서 예뻐 보인다는 칭찬을 많이 한다. 과거보다 조금 예뻐지기도 했지만 지금의 ‘신봉선의 이 꼴’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백보람에게 넌 키도 크고 얼굴도 예뻐서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너는 신봉선이야. 그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야. 너만의 색깔이 있기 때문에’ 라고 용기를 주었다. 포장되지 않은 신봉선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걸 알고 위안했다. ○ ‘꾼’. 개그우먼, 버라이어티 출연, 프로그램 진행 등 모두 재미있다. 일을 하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다 보람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개그우먼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최고라고 인정받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머리를 싸매고 아이디어를 내고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들의 반응이 돌아올 때 가장 행복하더라. 한 분야에서 ‘전문가 신봉선’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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