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의fan心]뮤지컬‘명성황후’…고궁-뮤지컬‘찰떡궁합’

입력 2008-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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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을 언제 가 봤을까? 학부 교양 수업의 과제로 증거사진을 찍어야 했을 때, 좋은 사진기를 샀다며 출사 나가는 친구를 따라. 생각해보니 고궁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고궁이 변하고 있다.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뮤지컬과 고궁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 작년에 ‘화성에서 꿈꾸다’가 경희궁에서 공연을 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고궁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 뒤를 이은 것은 연극 ‘이(爾)’를 뮤지컬로 장르 변환한 ‘공길전’이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공연 ‘명성황후’가 경희궁 숭정전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명성황후’는 예전 10주년 공연일 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명성황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이중 회전무대가 어떻게 변해있을까, 꽤 잦은 장면 변환들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등의 궁금증을 안고 가는 걸음 발랄하게 경희궁을 찾았다. 그런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다면 우비를 입고 공연을 지속한다기에 지급되는 우비를 입고 좌석에 앉았다. 다행으로 공연을 보는 내내 굵은 비는 내리지 않았고 꽉 들어찬 객석이 ‘고궁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1895년의 사건들. 이미 역사시간에, 드라마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보는 내내 작품 속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작품 ‘명성황후’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리라. 그리고 고궁으로 공간을 바꾸니, 바로 사건들이 일어난 그 공간은 아니지만 조금 더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줘 몰입도를 높이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 같았다. 인터미션을 없애며 작품의 길이를 100분으로 줄이고 이중 회전무대는 상월대와 하월대를 이용해 펼치고 배우들이 객석을 가로질러 등장하게 하는 것 등의 변화된 모습들도 고궁뮤지컬로 변화를 시도한 ‘명성황후’의 노력이리라. 하지만 고궁이라는 야외무대이기에 갖는 문제점들도 눈에 띄었다. 무대의 본판이 되는 상월대가 높아 관객들이 고생했다. 목이 꺾어져라 공연을 봐야했다. 객석의 단도 없어서 앞 사람의 앉은키가 크면 사이사이를 통해 배우들을 찾아야 했다. 숭정전을 무대로 직접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탁 트인 상월대에서는 소리가 퍼져 대사 전달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지금 막 태동하기 시작한 고궁뮤지컬이니 8월로 예정된 ‘이순신’과 9월의 ‘대장금’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고쳐나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분명 궁은 진화하고 있다. 한 때 옛 사람들의 향기가 남아있던 고궁이 지금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아무리 화려해도 쓸쓸하고 기억 속에서 지워지기 마련이다. 경희궁의 변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처음 ‘명성황후’를 보러 갈 때 주위 사람 아무도 위치를 몰라 홈페이지를 뒤져야 했던 것에서 벗어나 멋진 뮤지컬 공연장으로 기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더 많은 고궁이 사람들 속으로 찾아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 정 영 진 뮤지컬, 연극이 좋아 다니던 방송국도 그만두고 하기 싫다던 공부에 올인하는 연극학도 공연이라면 먼 거리라도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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