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잉크대표임춘수,‘빚더미파산…직원손잡고눈물기도’

입력 2008-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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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수 대표도 실패를 겪었다. 1980년 잉크회사를 설립했다가 3년 뒤 위기가 왔다. 그야말로 ‘쫄딱’ 망했다. 인생을 착하게 살면, 속이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인간적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해서 남들이 물건을 팔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3년 만에 빚은 8000만원으로 불었다. 지금으로 치면 8억∼10억쯤 되는 돈이었다. 결국, 사업을 접기로 했다. 밤새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다음날 회사에 나갔다. 전 직원 5명을 모아놓고 해산을 통보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말했다. “사장님, 우리 마지막으로 기도나 한 번 하고 헤어지십시다.” 임 대표와 부장, 직원 한 명이 서로 손을 맞잡고 눈물로 기도했다. 당시 임 대표는 종교가 없었지만 기도 중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칠었던 마음의 풍랑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제 자신을 그날 버렸습니다. 모든 걸 갈아엎고 다시 달려들었지요. 저쪽에서‘오지마라’ ‘안 된다’ 해도 사정사정해서 찾아갔습니다. 그래서… ” 임 대표는 말을 잇지 못했다. 20년도 더 지났건만 엊그제 일처럼 떠오르는 모양이다. 눈시울이 붉게 달아오른 임 대표는 결국 ‘잠시만’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 시절이 없었다면 오늘은 없었다. 임 대표는 그래서 창업 3년차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비를 끝내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시련은 10년 후고 20년 후고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다. 이번에 못 넘기면, 그때도 넘기지 못한다. 임 대표는 재기를 하면서 돈보다는 경험을 얻었다. 아니, 더 중요한 사람을 얻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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