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라면 모든 것이 시크해 보인다.
‘카페 드 플로라’에서의 에스프레소 한잔, 세느 강변을 걸으며 피는 담배 한 모금, 제과점에서 볼 수 있는 바게트까지도 시크함, 그 자체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를 말할 때 펜디의 바게트백을 빼고 말하기는 힘들다. 펜디하면 모든 골드미스들의 로망인 모피가 유명하지만 최근 탄생 10주년을 맞이한 바게트백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펜디는 STV 드라마 ‘온에어’에서 김하늘이 들고 나온 포에버 라인 화이트백으로 인기가 높지만, 바게트백은 펜디의 영원한 베스트셀러이자 ‘파리지엔=바게트백’이라는 공식을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바게트백의 탄생 비하인드는 조금 웃기다. 프렌치 시크를 꿈꾸는 이탈리아 출신의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는 프랑스 여인들이 겨드랑이 사이에 무심한 듯 바게트 빵을 끼고 제과점을 나서는 것이 프렌치 시크라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1997년에 탄생한 게 바로 바게트백이다.
이후 많은 패셔니스타들의 스타일 아이콘이 되어 버린 펜디의 바게트백은 작은 사이즈라 실용적이지도 않고, 가격도 대중적이지 않지만, 미니멀한 디자인과 소재, 컬러, 장식에 있어 섬세한 수공예 예술 작품이라는 장점 때문에 아직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0년 동안 1000개가 넘는 많은 버전이 제작됐고, 80만 개가 넘는 제품이 판매될 만큼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펜디의 시그니처 백으로 자리 잡았다. 미드 ‘섹스&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가 노상강도를 당하고 “어떻게 펜디 바게트백을 훔쳐갈 수가 있죠?”라며 경찰에게 하소연 하듯 펜디의 바게트백이 패션이 아닌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패션의 포인트는 옷이 아닌 가방이 되고 있다. 온 몸을 고가의 비싼 옷으로 치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시크한 가방 하나를 들면 그 사람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인다. 이제 패션을 마무리해 주는 가방이라는 아이템에도 관심을 기울여보자. 가방 하나로도 당신은 이 시대의 똑똑한 패션 센스를 어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송 재 영
20살에 프라다를 들었던 30대 에르메스워너비
현재는 동대문으로 관심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