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을 주면 키스해 드립니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를 취재하며 가장 이색적으로 다가온 풍경은 프레스 센터와 행사장 주변에서 ‘영화 티켓을 구한다’는 문구가 씌어진 A4사이즈의 종이를 든 사람들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을 적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떤 이는 무작정 아무 영화 관람권이라도 달라는 경우도 있더군요.
특히 18일 열린 ‘인디아나 존스4-크리스털 해골의 왕국’ 시사회 때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상영관에 들어가는 각국 취재진을 향해 경쟁적으로 종이를 흔들었습니다. 모두 취재진에게 발급된 시사권을 구하려는 관객들입니다. 심지어 극장에 입장 못하는 일부 취재진들도 다른 기자들에게 표를 구하려고 종이를 들고 서있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종이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끈 것은 ‘관람권을 주면 키스를 드립니다’는 재미있는 문구였습니다. 적어도 기자에게 어머니뻘은 돼 보이는 한 여성 영화 팬이 들고 있는 이 문구는 지나가는 많은 행인들에게 푸근한 웃음을 줬습니다. 칸에서 영화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늘씬한 미녀까지 다양합니다. 물론 진짜로 표를 주며 대신 키스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지요.
또 이채로운 것은 시사회장 마다 출입구 앞에서 이렇게 진을 치고서 혼란스럽게 하는 그들을 탓하거나 제지하는 진행요원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이야말로 다양한 영화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진짜 영화팬이기 때문입니다. 왜 칸 국제영화제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화 축제인지 한눈에 확인시켜주는 힘이기도 하겠지요.
칸은 프랑스 남부 지중해 해안의 인구 약 7만명의 작은 휴양도시입니다. 많은 취재진들도 방을 구하지 못해 민박집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영화제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비좁고 비싼 숙소의 불편함을 오직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내합니다.
영화가 있고 영화축제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관객들입니다. 그리고 그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스타들, 특히 콧대 높기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들도 앞다퉈 이 곳을 찾는 것이겠지요. 한바탕 즐거운 영화 축제는 그렇게 계속됩니다.
칸(프랑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