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온편지]영화·술·음악…칸의밤은하얗다

입력 2008-05-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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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이면 세계인의 영화 축제로 뜨거워지는 칸(사진)에 도착한 시간은 18일(현지 시간) 자정이 넘은 늦은 밤이었습니다. 17일 오후 1시에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다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 니스에 도착,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하는 18시간의 대장정이었습니다. 늦은 밤 도착한 칸의 첫 인상은 대낮보다 더 뜨거운 사람들의 열기였습니다. 작은 도시 칸의 중심이 되는 팔레 광장은 그 시간에도 도로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혼잡했습니다. 좁은 길마다 가득찬 차량들은 사람이 걷는 것보다 더 느리게 움직였지만, 차 속에서 짜증내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행인들에게 손을 흔들며 영화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노천 카페에는 수십 명씩 모여 그날 본 영화와 스타들에 대해 와인과 맥주를 곁들이며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말쑥한 검은색 턱시도 정장에 나비넥타이까지 갖춘 점잖은 흑인 신사와 반바지에 허름한 티셔츠를 입은 백인 청년이 함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거리의 악사들도 새벽까지 악기를 연주했습니다. 18일 칸은 이슬비가 내리며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떠들썩한 웃음소리는 밤을 지새도록 계속됐습니다. 그 열기에 취했다가 겨우 잠이 든 기자의 피곤한 새벽잠을 깨우는 웅장한 기계음들. 오전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얼핏 봐도 수십대가 넘는 청소 차량들이 거리 곳곳을 물로 깨끗이 청소하며 영화천국을 찾는 손님을 맞을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그리고 오전 9시, 주상영관인 뤼미에르극장은 벌써 사람들로 넘쳤고 도시는 활기찬 영화축제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칸 영화제 소식지 버라이어티 데일리는 18일 영화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필름마켓이 예년에 비해 너무 한산하다는 기사를 1면으로 다뤘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취재진만 4000여명이 찾는 칸은 마켓의 불안을 덮어버릴 자신감과 여유, 열정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곳에서 행복하게 즐길 축제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여유있는 노력이 칸의 황금빛 해안 만큼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칸(프랑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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