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온편지]누드비치=눈물비치

입력 2008-05-2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ĭ

한국에 있을 때 늘 소문으로만 듣던 칸의 ‘누드 비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의 화사한 햇살, 그 아래 ‘세속의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당당히 태양의 에너지를 직접 몸으로 즐기는 그들의 용기가 궁금하다’는 억지 명분을 내세우며 달려갔지만 사실 나신을 들어내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을 아름다운 여인들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누드 비치에 들어가려면 나도 옷을 벗어야 하는 걸까? 혼자 고민하느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달려간 칸의 해변. 하지만 그 곳에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는 여인들은 없었습니다. 유난히 아랫배가 많이 나온 아주머니, 할머니 몇 분이 상의를 벗고 해변에 앉아 있는 모습은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자 그들마저 옷을 챙겨 입고 해변을 떠났습니다. 우산도 없어 비까지 맞으며 깊은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쓸쓸함을 달래려 해변가 매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여기가 누드 비치가 맞습니까?” 돌아오는 답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아니다”였습니다. 진짜 누드 비치를 보려면 니스 쪽으로 더 가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해주더군요. 칸의 해변은 토플리스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만 수영복을 홀딱 벗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군요. 이탈리아 국경 부근부터 툴롱까지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해안은 ‘쪽빛 바닷물의 해안’이라는 뜻의 ‘꼬뜨 다쥐르’라고 불립니다. 쪽빛의 바다는 정말 아름답지만 사실 니스와 칸 해변은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별로 좋은 장소는 아닙니다. 해변은 모래가 아닌 자갈이 많아 발을 다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그래서 수영보다는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칸에 가면 ‘누드 비치’에 꼭 보라고 했던 사람들을 원망하며 돌아오는 길. 하지만 정말 옷을 훌러덩 훌러덩 벗는 여인들을 만났습니다. 요상 야릇한 포즈까지 취하며 옷을 살짝살짝 벗는 그녀들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물어보니 포르노영화제 퍼포먼스였습니다. 조금은 민망하기까지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역시 칸의 축제 열기는 화끈했습니다. 칸(프랑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