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만드는원석’보컬트레이너최원석“나는야가수세공사”

입력 2008-05-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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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씨는 원래 가수였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프로듀서 김창환이 프로듀서로 있던 라인음향에 발탁되면서 가수가 될 수 있었다. 연습생으로 2년을 보내고 벅찬 마음으로 솔로 앨범 ‘화해’를 발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첫 실패에 좌절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던 그를 트레이너로 이끌어준 건 다름아닌 당시 인기를 누리던 그룹 룰라의 리더 이상민이었다. “그때 (이)상민이가 가수를 키우는데 트레이닝 겸 프로듀싱을 부탁하더라고요. 그게 혼성그룹 샵이었어요. 그때부터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일도 잘 풀렸어요. 컨츄리 꼬꼬 등 유명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하고 임재범 씨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 작사도 맡았죠. ‘사랑보다 깊은 상처’ 덕분에 저작권료도 엄청 받았어요.”(웃음) 사실 일반인에게 최원석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익숙할 것이다. 컨츄리 꼬꼬 노래 중 ‘해피 크리스마스’의 도입부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나 SBS 라디오 로고송 ‘워우워우워어 SBS∼파워FM∼♬’가 그의 목소리다. 이 밖에도 많은 가수들의 앨범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았다. ● 가수가 럭셔리한 마음 가지면 성공 못해…배고픈 시절 잊지 말아야 생각해보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의외로 그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어온 셈이다. 가수에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최원석 씨는 “살 빼는 게 너무 힘들어요”라며 그다운 대답을 내놓았다. “제가 의외로 내성적이어서요. 방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즐거운데 무대 위에서는 힘들어요. 또 가수가 되려면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부수적인 것을 많이 해야 하잖아요. 예전에 윤손하 씨와 ‘프레이포유(Prey for you)’라는 듀엣곡을 부른 적이 있는데 매니저가 20kg를 감량하면 함께 활동하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요? 결국 못했죠. 하하” 최원석 씨는 노래를 가르치고 가수 앨범에 참여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서울예술종합대학교 전임교수이다. 또한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컬 트레이너이자 얼마 전 자신이 문을 연 실용음악학원 선생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곧 직접 기획한 남성 3인조 그룹을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제가 잘난 건 없고요.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사는 것 뿐이에요. 사실 이 음악학원도 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연습하는 공간이 마땅히 없잖아요. 또 요즘 음악학원이 입시 위주여서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연 지 4개월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거제도, 강릉, 여수 지방에서 학생들이 찾아오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교포 분이 노래 배우고 싶다고 오기도 했어요.” 최원석 씨는 제2의 박효신, 제2의 화요비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가장 큰 보람도 자신이 키운 가수들이 인기를 얻을 때다. 지난해 V.O.S 박지헌의 ‘보고 싶은 날엔’과 빅뱅의 ‘거짓말’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는 “나도 꽤 멋있군”이라며 어깨가 살짝 들썩였다고 고백했다. “물론 1등하면 좋죠. 하지만 가수는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해요. 열정이요. V.O.S도 빅뱅도 열정이 끝내주는 아이들이었어요. 저 역시 굶주리면서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하던 연습생 시절을 잊지 않아요. 가수가 럭셔리한 마음을 가지면 노래에 몰두할 수 없거든요. 배고팠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노래에 몰두하는 것. 그게 최고의 가수가 되는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의 소원은 이제 딱 하나다. 바로 노총각 딱지를 떼는 것. 최원석 씨는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정을 꽉 채운 자신의 생활을 이해해주는 반려자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가 “이거 꼭 써주시면 안될까요?”라며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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