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엄마의다른생각]아이를억압하는‘어른들의감성’

입력 2008-05-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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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것과 아이를 교육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기는 하지만 가르치는 일에는 영 젬병이다. 물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기본이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교육자는 교육자로서의 피를 타고 나야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아이들에게 신뢰를 주며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하게끔 하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요즘 같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는 타고난 자질만으로도 부족할 때가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닌 세상이 되었다. 인터넷에서 습득한 정보로 무장된 아이들에게 ‘새로운’ 무엇을 주기란 어렵고, 비판정신과 시니컬함으로 가득 찬 아이들에게 ‘건강한’ 동기를 부여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은 이미 기존의 ‘교육’ 개념이 해체된 듯 하며, 바야흐로 새로운 교육자 상을 고민하고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사회의 어른들은 어떤 현장에서도 아직 교육자로서의 준비가 덜 되어있음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선생님과 산골에서 함께 살고 있는 한 10대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스스로 시골을 택한 어른들과 함께 살고 있는 아이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어른들에게는 ‘좋은 자연’이지만 아이에게는 아무 자극이 없는 지루한 환경일 뿐인 듯 했다. 나는 그 아이가 불쌍했다. 가족과 떨어져 있어서가 아니라 이해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텔레비전에 빠져있는 것도 그 어른들이 보기엔 다만 한심하고 혼낼 일일뿐, 아이의 상황을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은 없어보였다. 어른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는 어른들의 감수성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온갖 달고 쓴 세상살이를 다 경험해 본 어른들이야 남은 인생에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조용하고 간소한 삶을 원하게 되지만,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세월이 훨씬 많은 아이들이 그러한 삶을 원할까? 나는 아이들에게 요가나 명상 등을 시키는 것도 반대한다. 한창 미쳐서 날뛸 나이에 그 에너지를 억지로 가라앉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까? 아이를 벌준답시고 찬물에 들어가게 하면 아이들이 달라질까? 어른들에게 좋은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고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최악의 교육이다. “이게 얼마나 좋은 건데 너희는 왜 그걸 모르냐”, “다 너희를 위해서야”라는 훈계는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는 더욱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니,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윤 재 인 비주류 문화판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프리 랜서 전시기획자. 학교를 다니지 않는 17살 된 아이와 둘이 살고 있다. 생긴 대로 살아 가도 굶어죽지 않을 방법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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