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오천원이면와인20여종‘내맘대로’…실속가정액제와인펍

입력 2008-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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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대중화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이마트 발표에 따르면 와인 매출이 소주 매출을 넘어서기 까지 했다. 하지만 와인의 외면적 성장 속도와 달리 국내 와인 문화에는 아쉬운 면이 몇 가지 있다. 와인바나 레스토랑에서 남을 의식해 마시고 싶은 와인보다는 중간 가격의 와인을 고르는 모습이 그 중 하나다. 3만원 짜리를 주문하면 와인바에서 이상하게 볼 것 같고, 10만원이 넘는 와인을 시키자니 주머니가 부담돼 중간 가격인 6∼8만원 대의 와인을 많이 소비하는 거다. 리스트에 이 가격대의 와인이 가장 많이 자리 잡은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그런데 이같은 와인 소비 문화에 변화를 주려는 곳이 있어 눈길을 모은다.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와인펍 ‘바붐(club.cyworld.com/barboom)’과 ‘부숑(cyworld.com/winepub)’이다. 와인펍이라는 타이틀에서 대성이 물씬 느껴지는 이 곳은 정액제를 도입해 싼 가격으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바붐 바붐은 와인 뷔페 ‘만오천원의 행복’으로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매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만오천원의 행복’은 1만5000원만 내면 프랑스, 독일,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구세계의 와인 20여종을 양껏 마실 수 있다. 가격만 보고 단순히 싼 와인을 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까데 도크 샤르도네, 하디스 리슬링, 트리벤토 스파클링, 투오션스, 카르멘 까베르네 소비뇽 등 저가이면서도 퀄리티가 좋은 와인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 와인 뷔페는 지난해 9월 처음 진행할 때는 토요일만 하다가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현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실시 중이다. 특히 금, 토요일은 줄을 서서 들어올 정도로 인기다. 홍대 클럽 문화에 와인 파티 콘셉트를 도입한 게 주효했다. 바붐의 반석 대표는 “와인 대중화가 되는 시점에 초보자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작했다. 1만5000원만 내면 다양한 와인을 원하는 대로 마실 수 있는 게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 부숑 부숑에서는 와인명과 가격을 동시에 신경 써서 봐야하는 불편함이 없다. 모든 와인의 가격이 2만8000원으로 동일해서다. 그냥 와인 리스트에 적힌 와인 명과 친절하게 달린 설명을 보고 고르기만 하면 된다. 리스트에 올라온 와인도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로제 등 40여 종이 넘어 선택의 폭도 비교적 넓다. 라로쉬 쉬라, 에라쥬리즈 까베르네 소비뇽, 산타리타 120 까베르네 소비뇽, 발레벨보 모스까또 스푸만떼, 우드브릿지 로제 등 대다수 와인들은 기존 와인바에 비해 싼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이 곳은 싸게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홍대의 인기 와인펍으로 통한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균일제 와인 판매 시스템이 특히 젊은층에게 강력한 메리트로 어필해서다. 이런 시스템은 부숑 강경선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이 작용했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강 대표는 현지에서 2000∼3000원 하는 와인이 국내에서 2∼3만원에 판매되는 현실을 보고 와인 가격의 극심한 거품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것. 강 대표는 “외국에서 와인은 격식을 차리는 게 아니다. 저렴하고 보편적으로 마실 수 있는 와인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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