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여, 뜨려면 ‘스캔들’을 만들어라?”
한때는 한사코 숨기려 했고,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연예인의 열애설. 이제는 당당하게 공개하고 인정하는 추세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열애설’이 스타의 이미지를 만들고 인기를 높이는 새로운 수단이 되고 있다.
최근 전천후로 활동하는 신정환은 얼마 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김성은과 열애설에 휩싸였다. 그는 한 프로그램에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고백을 했지만, 이때 상대가 김성은인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신정환은 각종 인터뷰에서 김성은에 대해 “정말 친한 선후배 사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세한 이야기는 웃음으로 얼버무려 더욱 궁금증을 낳았다. 덕분에 신정환과 김성은은 한동안 포털 사이트에 연관 검색어로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신정환은 교제하고 있는 사람이 일반인이라고 방송에서 밝혔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부부로 등장하는 앤디와 솔비. 두 사람은 프로그램 속의 설정인지, 실제로 좋아하고 있는지 알쏭달쏭한 모습으로 관심을 증폭시켰다.
솔비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오빠의 진심을 알고 싶다”고 울면서 고백하기도 했고, 앤디를 향한 마음을 직접 가사로 써 새 앨범에 담기도 했다. 이 노래에는 앤디를 상징하는 단어 ‘큐트’가 등장했고, ‘감추려 외면하고 감추려 노력을 해봐도 왜 이렇게 안 되지 사랑이 내게 오나봐’라는 의미심장한 표현도 나온다. 하지만 솔비는 얼마 전 “노래는 노래일 뿐”이라고 밝혔다.
개그맨 박지선, 박성광 커플. 지난해 한 연예 대상 시상식에서 박지선은 박성광에게 사랑한다며 마음을 받아달라고 공개 프러포즈를 했다. 이후 박성광이 박지선의 사랑고백을 받아줬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연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이라지만 박지선과 박성광은 서로의 마음을 밝히지 않은 채 계속 연인 컨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열애설에 대해 일반 팬들의 시선이 따갑지 않다.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격려를 해주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인기를 얻기도 한다. 이른바 ‘열애설 마케팅’이란 말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새로 음반을 발표하거나 드라마, 영화 등으로 복귀할 때 ‘사귄 사람 있다’ ‘대시를 했다’ 대시를 받았다‘ ’짝사랑한 동료 스타가 있다‘는 식의 고백담이 으레 등장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한때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현빈과 황지현 커플. 당시 신인이던 황지현은 현빈의 연인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관계가 온라인에서 한창 화제가 됐을 때 황지현과 현빈은 이미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헤어지기 직전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신인을 띄우기 위해 열애설을 이용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신인 입장에서 아무래도 음반, 드라마, 영화의 이야기보다 개인적인 열애설이 더 큰 이슈를 몰고 오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 뿐 아니라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덩달아 화제가 되곤 한다. ‘열애 마케팅’이라고 비난을 해도 연예인과 방송사가 서로 효과를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