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왕자,박현빈“한달행사50회…돈쓸시간도없어”

입력 2008-07-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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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들의 수다’ 두 번째 주인공은 ‘트로트 왕자’에서 ‘예능 망나니’로 거듭난 가수 박현빈이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남녀노소 누구라도 자신의 팬으로 만드는 박현빈은 신곡 ‘샤방샤방’으로 시원한 청량제를 선물하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에도 하루에 행사 3∼4건을 소화한다는 그는 “언제 빠졌는지 모르는 사이에 체중이 7kg이나 줄었다”고 했다. 그래도 날이 갈수록 ‘샤방샤방’의 인기가 오르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는, ‘행사 섭외 1순위’ 박현빈을 만났다.》 홍재현 (이하 홍) :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큰 웃음 주던데요. 박현빈 (이하 박) : 누구보다 제가 재밌어요. 카메라 불만 들어오면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해리 (이하 이) : 예능의 치열한 기 싸움에서 살아남은 것? 박 : 과거에 비해서 많이 편안해졌다는 얘기죠. 카메라가 다른 사람을 비출 때 저마다 얼마나 머리를 굴리는지 몰라요. 한 마디라도 더 해서 자기 페이스로 끌고 오려고요. 그 싸움은 아이들(idol) 가수든, 중견 배우든 가리지 않아요. 이 : 결국 ‘예능 망나니’란 캐릭터는 박현빈, 자신이 만든 거네요. 박 : 멀쩡해 보이는데 비정상처럼 행동하니까, 언제부터인가 망나니로 불렸어요. 방송을 볼 때 어떤 때는 제가 봐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서 놀라기도 해요. 부끄럽죠. 홍 :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잘 아는 것 같아요. 박 : 사실은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어요. 무대 위에서 분위기 파악을 빨리 해야 하니까 1∼2초 안에 답을 찾아야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지, 닭살을 돋게 하는지 연구해요. 그래서 저는 신곡이 나오면 여러 행사를 다니면서 여러 실험을 해요. 일종의 예행연습 같죠. 이 : 10대 팬과 40∼50대 팬을 대할 때 무대 매너도 바뀌나요. 박 : 누가 뭐래도 중·장년층은 편안한 걸 원해요. 의상도 노래도 안무도 모두 편해야 하죠. 또 노래하는 내내 웃어야 돼요. 3∼4분이 지나면 안면근육이 마비될 정도에요. 하하. 반면 10대 팬은 잘 훈련한 듯한 칼 같은 모습을 원해요. 남성다운 차가운 눈빛에 열광하죠. 홍 : 계산된 무대 매너? 그래서 아줌마 팬들에게 인기가 많군요. 박 : ‘해피투게너’나 ‘상상플러스’ 시청 연령층이 낮은 프로그램보다 ‘아침마당’ 같은 주부대상 프로그램 섭외가 더 많아요. PD들이 그러는데, 제 노래를 아침에 틀면 채널이 돌아가지 않는데요. 이 : 데뷔해서 2년 4개월 동안 쉬지 않고 신곡 내고 무대에 올랐다니, 욕심 많아요. 박 : 맞아요. 음반을 준비하기 위해 6개월을 쉰다고 치면 그 사이에 다른 가수들은 저보다 2년을 앞서가요. 그만큼 대중에게 가까이 가는 건데 그건 못 참겠어요. 홍 : 박현빈의 노래 때문인지 ‘샤방샤방’이란 단어가 유행인데, 노래 뿐 아니라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안내상 씨가 계속 말하잖아요. 박 : 요즘엔 신문 기사에도 나오고 세대와 상관없이 그 말들을 써요. 심지어 술집 이름도 있어요. 음식점, 꽃집 상호로도 봤어요. 홍 : 한 달 평균 얼마나 무대에 서나요. 박 : 많은 날은 하루에 스케줄 2∼3개도 소화하니까 한 달 평균 50회 정도. 9월부터는 걱정이에요. 축제 기간에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정이 꽉 차요. 가끔 ‘살살 하자’는 생각도 드는데 몸은 벌써 움직이고 있어요. 무의식이 지배하는 것 처럼요. 이 : 선배 트로트가수들에게 예쁨 받나요? 진짜 궁금해요.(--*) 박 : 음…. 대기실에 있으면 어디 있을 데가 없어요. 모두 한참 높은 어른들이니까요. 더 깊이는 이야기하지 않을래요. 단 하나, 트로트를 사랑하는 또래 가수들이 많이 나오길 원해요. 그렇다면 서로 힘을 얻겠죠. 이 : 또 하나 궁금한 건, 자신의 노래를 직접 작곡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는지. 박 : 곡 욕심이 아니라 돈 욕심을 말하는 거죠? 하하. 돈은 열심히 활동하며 벌면 되요. 작곡은 아직 계획도, 생각도 없고 일단 제게 맞는 노래를 찾는 게 우선이에요. 홍 : 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렇게 바쁜데 번 돈은 언제 써요. 박 :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쓸 데가 많은 게 돈 아닌가요. 이 : 최근 가장 큰 돈을 쓴 게 있다면. 박 : 부모님께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드렸어요. 여기까지만. 이 : 일중독처럼 보여요. 몰입도 좋지만 충전의 시간도 필요한데…. 박 : 예를 들어 생일날 행사가 잡히기도 해요. 그럴 땐 무대에서 관객에게 ‘생일 축하 노래 불러 달라’ 말해요. 어떤 때는 무대에서 솔직하게 ‘피곤하다’고 말해요. 그러면 또 관객들이 저를 이해해주죠. 이렇게 무대에서 대중과 이야기하는 건 희열이에요. 홍 : 연애를 하든지, 여름 휴가를 떠나면 기분전환이 될 텐데. 박 : 행사 때문에 요즘엔 일주일에 두 번씩은 바닷가에 가요. 하하. 이번 달에만 제주도에 세 번이나 갔어요. 가을에는 단풍놀이, 겨울에는 스키장 단골이죠. 휴가가 필요 없을 정도죠. 연애요? 연애하면 마음도 몸도 피곤할 뿐인걸요. 이 :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B형 남자의 향기가…. 박 : 앗. 완전 B형이에요. 다시 태어나도 B형이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하루, 한 시간도 허투루 살지 않는 그에게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지금처럼 노래해서 히트곡을 20곡 정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노래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 수도 있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이해리기자가 본 박현빈 - 욕심쟁이, 즐거운 워커홀릭 마음 편안하게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웬지 미안하다”는 박현빈은 데뷔하고 1년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했다. 좋게 말하면 프로, 나쁘게 보면 워커 홀릭이다. 휴가가 없는 것에도 대수롭지 않은 듯 그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좀 불안하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쉬는 것보다 무대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박현빈, “사람들이 트로트와 박현빈을 동일시하는 그 날을 꿈꾼다”고 말하는 그는 욕심쟁이 우후훗! 홍재현기자가 본 박현빈 - 주관 뚜렷, 치밀한 노력파 멀쩡하다. 트로트의 황태자라는 요란수식어가 붙었지만, 차분하게 대화를 나눠 본 박현빈은 너무나 ‘멀쩡한’ 청년이었다. 생각도 많고 주관도 뚜렷한, 그리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진지하게 임하는 연예인이었다. 또한 무대 위의 동선 하나, 예능프로그램 멘트 하나까지 치밀하게 준비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TV를 통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정리=이해리기자 gofl1024@donga.com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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