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의 와일드카드는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받게 됐다. 사전에 이 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을 리 없는 당사자의 반응이 궁금하다.
파격적인 진행과 실험정신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삼성화재배는 원년대회부터 와일드카드 제도를 운영해 쏠쏠한 재미를 봐 왔다. 국내 편향을 벗어나 중국과 일본의 기사들에게도 아낌없이 ‘한 장’의 와일드카드를 썼다. 아니 오히려 일본이 7번으로 한국보다 많다. 한국은 5회, 중국이 4회였다.
기실 와일드카드란 것이 ‘한 물 갔지만 이름값은 여전한’ 왕년의 스타들에게 예우차원으로 주는 것이 보통이건만 삼성화재배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11회 대회에 와일드카드를 받아 나온 노장 서봉수 9단이 4강까지 올랐고, 8회 대회의 조치훈 9단은 아예 우승까지 해버렸다. 이들과는 사정이 좀 다르지만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선진도 와일드카드를 받아 준우승을 했다. 결승에서 이창호만 안 만났으면 우승도 가능했을 것이다.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은 알려져 있듯 80년대 일본바둑계를 조치훈 9단과 양분했던 거인이다. 특유의 ‘사무라이 기질’ 때문이었는지 일본 보수우익의 후원을 많이 받았다.
지독스러운 실리파로 ‘지하철’이란 불명예스런 별명을 감수해야 했던 고바야시가 과연 삼성화재배 와일드카드의 ‘전통’을 이어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실전> 흑3이 가벼운 행마. <해설1> 흑1로 서는 것은 돌이 무거워진다. 흑5도 9도 모두 가볍다. 눈여겨둘 만한 행마들이다.
<실전> 백10은 대국 뒤 목진석이 후회한 수였다. <해설2> 백1로 갈 타이밍이었다. 백10으로 굼질거리는 사이에 상변의 요처는 흑11에게 돌아갔다. 이 수가 놓여서는 흑 포석 성공. 가벼움의 승리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