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한여름은 몸을 과시하기엔 좋을지 몰라도, 몸을 만들기엔 지루하고 힘든 계절이다. 10분만 운동을 해도 온 몸은 땀으로 흥건해지고, 물통은 아예 옆에 끼고 다녀야 한다.
그렇게 무더위 속에서 운동을 시작한 지 4주가 흐르면서 소소한 변화들이 생겨났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TV를 보면서도 윗몸일으키기를 하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잠들고 난 다음날은 아침에 눈뜨는 것이 좀 더 가뿐하다.
운동을 못가는 날은 마음이 불안하고, 몸이 찌뿌드드한 것도 분명한 변화다. 의지가 몸에 스며들어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미동도 없던 몸무게는 정확히 3kg이 증가했다.
‘하루 종일 배고픔을 느끼지 않도록 끊임없이 먹을 것을 물고 살아야 한다’는 윤경섭 트레이너의 간곡한 조언을 제대로 지키지는 못했지만, 세 끼는 꼬박 챙겨먹었고(운동을 시작한 후에는 허기가 져서 끼니를 거를 수가 없다) 기본적인 식사량이 늘어난 덕분일 것이다.
혹자는 살을 찌우기 위해 운동을 한다니 참 편할 것이라고 부러워하지만, 살을 찌우기 위해 하는 운동이나 살을 빼기 위해 하는 운동 둘 다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제 가을이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이보다 좋은 계절은 없지 싶다.
체험기를 연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기자의 몸이 변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자가 직접 몸의 변화를 체험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전달해, 한 명의 독자라도 그동안 방치해 온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얻는 건강과 정신적인 만족감은, 운동을 하기 위해 포기하는 아침잠, 혹은 저녁시간의 술자리에서 누리는 일상의 즐거움과 바꿀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