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노’주지훈,과정생략성공의부담

입력 2008-11-08 12: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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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전광석화처럼 출현해 ‘반짝’ 스타가 되면 신데렐라라고 불러준다. 주지훈(26)이 바로 번쩍반짝 스타다. 남자표 신데렐라, ‘신데렐노’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첫 영화 ‘앤티크-서양 골동 양과자점’(감독 민규동)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백이 든든하거나 운이 좋은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최상의 조건에서 모델로 출발했고, 화제의 드라마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계단 밟듯 올라가지 않고 낙하산을 타고 안착하거나, 헬기를 타고 날아간 듯 보인다. 외모에 캐릭터까지도 일관적으로 ‘귀공자’였다. 그런데 뭔가 다채롭다. 훤칠한 키에 균형 잡힌 몸매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눈부시지만, 정작 다가가면 어두워 보이는 인상이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무뚝뚝한 이미지 역시 서글서글한 말투로 희석한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귀공자 선입관을 정리한다. 실상은 배경도 없고, 평소에는 운도 없는 편이다. 귀족적인 외모와는 달리 고교 졸업 후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열아홉살까지 하루 용돈 1000원을 받았고, 꼬박 일주일을 저축해 여자친구와 데이트했다”면서 파란만장했던 과거를 읊었다.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다. 집안 사정도 넉넉한 편이 못됐다. 그러다 신데렐노가 됐다. 주연·주연·주연, 주인공 코스만 밟았다. 운이 좋다는 세간의 평가는 당연했다. 하지만 주지훈은 “행운이 꼭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똑같은 크기의 불행이 함께 찾아온다”면서 초특급 인기 수직상승에 따른 부담감을 토로했다. 모델 활동도 그랬다. 스스로 촌스럽다고 여기며 그만둔 적도 있지만, 다시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는 광속으로 일정 위치에 올랐다. ‘유명 디자이너가 발탁→유명 매거진 화보 촬영→베테랑 모델들과 활동’, 남들은 다년간 갈고 닦아야 갈 수 있는 위치로 단숨에 점프했다. 출발부터 눈만 높아졌다.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심과 ‘난 실력이 부족해’라는 이성이 충돌했다. “한 방에 까일 수 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는 고백이다. “남들은 단계를 밟아서 훈련을 쌓은 것을 10단계부터 해야 했다. 처음에 10㎏을 들고, 차근히 100㎏를 들어야 하는데 난 처음부터 100㎏을 들고 끙끙댔다. 안 그러면 떨어지니까….” 연기도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 몇 번의 단역과 10분 남짓의 ‘한뼘 드라마’ 출연이 전부인 주지훈이 ‘궁’에 출연하게 된 경위도 드라마틱하다. 한 번 출연했을 뿐인데, 한뼘 드라마 PD가 ‘궁’을 연출하면서 주지훈을 지목한 것이다. 홀로 시뮬레이션 게임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간 셈이다. 조연하면서 총 쏘기 연습할 기회도 없었다. 100㎏ 정도의 부담감이 그를 압박했고, 8개월여 동안 하루 평균 5번씩 가위에 눌렸다. 귀신 대신 카메라가 그를 괴롭혔다. “큐!”, “큐!”, “큐!”, 주지훈이 가위에 눌릴 때 듣는 소리다. “남들이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느끼는 고통이나 쾌감을 한 번에 경험했고, 길이의 차이지 결국 느낄 건 똑같이 느낀 것 같다”고 여기는 이유다. “생초짜 신인을 캐스팅했다고 봐주는 건 없었다”며 정정당당하다. 이제야 한 숨 돌리고 자신의 연기 색깔을 찾는 중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여유도 부렸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양면성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다. 동성애 코드, 뮤지컬 요소, 인간적 고뇌 등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쉽지 않은 영화를 중견처럼 연기했다. 영화 ‘앤티크-서양 골동 양과자점’은 13일 개봉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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