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대마몰살

입력 2008-1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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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는 두는 순간 아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얄궂은 것은, 때때로 손이 나가는 순간 알아채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앗! 아닌데!’하면서도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악수의 자리에 돌이 놓이는 장면을 보아야 한다. 프로들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 아니, 오히려 고수일수록 이런 경우가 잦다.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전> 백1에 흑2는 실수다. <해설1> 흑1로 과감히 한 발 더 나아가야 했다. 백은 2·4로 덮어올 것이다. 흑은 백의 장단에 맞춰 편히 상변에 집을 만들면 된다. <실전>에 비해 흑에게 훨씬 달가운 변화이다. <실전> 백3에 흑은 4로 건너붙여 싸움을 걸었다. 흑6으로 끼운 수는 부분적으로는 맥점. 바둑판이 또 한 차례 출렁인다. 이 바둑은 이세돌의 승리로 종국됐다. 후반에 박정상이 흔들리면서 연이은 완착이 나오고 말았다. 최후의 패착은 <해설2>의 장면이다. <실전>으로부터 한참 수순이 진행되었지만 사실 그 전에 승부는 나 있는 상황. 전장은 하변으로 옮겨졌다. 흑은 실전에서 흑7 자리를 먼저 두어 1의 치명적인 급소를 백에게 앗기고 말았다. 흑은 <해설2>처럼 1로 먼저 들여다봐야 했다. 흑9까지 처리한 뒤 11로 나갔으면 이 흑은 거의 살아있는 말이다. 결국 바둑은 이 흑 대마가 몰살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어차피 진 바둑, 이렇게 화끈하게 지는 것도 프로의 멋(?)일지 모른다. 몇 번이나 이야기 했지만 진정한 프로는 지는 것도 멋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이세돌이 3년 연속 결승에 올랐다. 이미 두 차례 연달아 우승했으니 3연패 도전이다. 상대는 까마득한 후배 홍성지. 결승 링을 바라보는 이세돌의 얼굴이 밝아 보인다. 세 번째 한국물가정보배가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을 것이다. <146수, 백 불계승>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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