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의언제나영화처럼]러브액츄얼리

입력 2008-1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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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수상의사랑,배신당한아내눈물‘여러가지빛Love’인생이란그런것…
축(?) 당첨!! 올 해도 당첨되었습니다. 바로, 바로, 아나운서들이 12월 근무표를 짤 때 초미의 관심을 기울인다는 ‘크리스마스 근무’ 말이죠. 올 해는 후배들이 꽤 생겼으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요. 뭐, 어차피 저녁 뉴스를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하기 때문에 제가 하는 게 맞긴 하네요. 매년 기수가 낮아서, 방송이 있어서, 여러 이유로 ‘빨간 날’과 거리가 멀었죠. 이래서야 애인이 있어도 차이기 십상이죠? 푸념 늘어놓자는 건 아닙니다. 날 원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복받은 일이니까요.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나름의 방법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꺼운 방송 화장으로 나가기엔 찜찜하고, 좋은 레스토랑에라도 갈려고 하면 예약이 꽉 차 있겠죠? 늦은 밤 ‘나홀로 집에’ 앉아 ‘케빈’과 함께 하기엔, 내일 모레 서른이고요. 그렇게 크리스마스 때마다 ‘러브 액츄얼리’를 본 지 4년째입니다. 어릴 땐 격정적이고 운명적인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만 사랑이라는 환상이 있었죠. 하지만 살다보니 사랑엔 여러 색깔이 있더군요. 받는 사랑, 주는 사랑, 짝사랑, 우정 등등. 산타 할아버지의 성탄 선물 같은 ‘러브 액츄얼리’는,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커플들을 통해 사랑의 여러 색깔을 보여줍니다. 사회적인 위치 때문에 나탈리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영국 수상을 보며 소문이라도 날까 다가서지 못했던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짝사랑하는 여자친구한테 잘 보이고 싶어 밤낮 드럼 연습을 하는 샘의 모습에서 초등학교 때 맘에 드는 남자애 앞에서 피아노를 쳤던 어린 제가 떠올랐고요. 무뚝뚝한 남편의 양복에서 발견한 목걸이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를 위한 선물이란 걸 알았을 때, 눈물을 참던 캐런을 봤을 땐 사랑의 아픔에 잠 못 이루던 밤이 다시 찾아온 듯했습니다. 한물 간 로커 빌리 곁을 늘 지킨 매니저 조는 어떤가요. 방송에 적응 못해 힘들어 할 때, 잘 될 거라 격려해 주시던 선배 얼굴이 지나갔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인 것 같지만, 결국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다 겪어볼 수 있는 사랑 이야깁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전 매년 툴툴거리면서도 설레는 맘으로 DVD를 꺼내는 게 아닐까요? 올해도 뉴스를 끝내고 이 영화를 보겠죠. 산타 할아버지에게 소원 하나만 빌어볼까요? ‘러브 액츄얼리’를 또 봐도 좋으니, 줄리엣의 집 앞에서 ‘I LOVE YOU’라는 글자가 적힌 판을 들고 고백하던 마크처럼, 한 여자를 정성을 다해 사랑하는 멋진 남자와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크리스마스, 모두가 ‘러브 액츄얼리’하기를 바랍니다. 조수빈 꿈많은 KBS 아나운서. 영화 프로 진행 이후 영화를 보고 삶을 돌아보는 게 너무 좋아 끄적이기 시작함. 영화에 중독된 지금, 영화 음악 프로그램이나 영화 관련 일에 참여해보고 싶은 욕심쟁이,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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