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인은 음식과 함께 할 때 빛을 발한다
2003년 그는 매일유업에서 막 시작한 와인수입사 레뱅드메일에 들어갔다. 보르도와인아카데미에서 자신의 강의를 들은 레뱅드메일 김민수 팀장이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의 여러 산지를 돌며 와인을 셀렉션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받아들여 좋은 와인을 골라 국내로 들여오는 일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와인 요리오(최근 만화 ‘신의 물방울’로 인해 국내에서도 유명해짐)와 쿠마로를 비롯 스페인의 틴토 페스케라, 무가 등이 그가 골라 국내에서 히트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애정은 음식과 연결시키는데 있어서 더욱 확대된다. 프랑스 와인은 저마다 개성이 강하지만, 이탈리아 와인은 음식과 무난하게 잘 조화시킬 수 있는 점이 매력이란다. 하지만 더 열심히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외식하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많이 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는 하우스 와인이 칠레 와인이다”며 피식 웃음을 짓는다.
●책을 통해 이탈리아 와인을 더욱 알리고 싶다
경희대 관광대학원 마스터소믈리에&와인컨설턴트 과정의 강의를 맡고 있는 그는 올해 목표로 책과 와이너리 투어를 꼽았다.
“이탈리아 와인의 대중화가 느린 데는 책이 없어서죠. 이탈리아 와인은 정말 복잡한데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 없어요. 그래서 올해는 책을 낼 겁니다. 이탈리아 최고인 피에몬테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에 대한 책(‘랑게 언덕의 백과사전’)을 먼저 번역하고 다음에는 그동안 틈틈이 한 작업을 토대로 이탈리아의 지역적인 특징 등에 대한 3~4권 정도의 단행본을 낼 생각하고 있어요. 21세기북스에서 내는 ‘와인 읽는 CEO 시리즈’도 써서 곧 출판할 겁니다. 와이너리 투어도 서너 차례 만들어서 갈 생각이고요.”
와인교육전문가로도 일컬어지는 그는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자신의 홈페이지(chezjoey.co.kr)에 와인의 입문과 이탈리아 와인 등 11개의 강의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영화를 하는 친구가 있어 도움을 받아 이 곳에서 강의를 만들어 내보냈어요. 반응이요? 좋았는데 30분짜리 1강좌 당 2만원(20일간 이용)을 받은 게 좀 비쌌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조만간 가격을 조정하거나 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 서비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와인은 ‘꿈꿔왔던 이상적인 삶’이다
그에게 있어 와인의 매력은 뭘까. 그는 ‘하나의 문화’라고 정의한다. “전 사람을 좋아하고,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해요. 와인 일을 함으로써 이탈리아에서 와이너리 사람이 오면 통역을 하는 등 늘 외국 사람을 만나고 할 수 있어 와인은 오랜 기간 친밀한 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하나의 또 다른 문화 같아요. 책도 읽고, 계속 공부를 하게 만들죠. 와인 책을 하나 쓰려고 해도 역사도 알아야지, 문화도 알아야지,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하잖아요. 꿈꿔왔던 이상적인 삶이고, 문화적인 갈망을 때로는 와인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세월이 다듬어준 와인이 좋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좋아하는 와인 스타일도 차이가 있다.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알코올은 12.5도에서 13도 사이, 미디엄 바디 안에서 균형감이 있고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와인이라고 말한다.
“나에게 다가오면서도 거리감을 유지하는 와인이 좋아요. 가벼움이 있으면서 무게감도 있고, 산도와 탄닌의 많고 적음은 상관없지만 균형감이 있어야하죠. 레드 와인으로 말하면 산도, 탄닌, 알코올, 둥근맛(물을 마실 때와 꿀물을 마실 때 휘감는 느낌의 차이로 이해하면 된다. 영어로는 ‘round′로 표현) 등 네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걸 말해요. 제일 좋은 와인은 세월이 다듬어준 균형이 아닐까 싶어요. 세월이 정제한 것, 세월 안에 드러나는 것이요. 와인은 단정 지을 수 없어요. 얘기치 않은 놀라움을 안겨 주거든요.”
글·사진=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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