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가 최초로 제작된 원년은 1709년. 이탈리아 사람인 쳄발로 제작가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쳄발로의 몸통을 써서 피아노 포르테라 이름붙인 악기를 만든 것이 최초이다.
이후 빈과 독일을 거쳐 영국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의 개량을 거친 끝에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오늘날의 피아노 형태가 완성됐다.
올해는 피아노 탄생 300주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하기 위해 클래식 기획음반 제작으로 잘 알려진 굿인터내셔널에서 ‘The Pianist(10CD)’를 1000세트 한정판으로 발매했다.
이 세트에서는 20세기 가장 위대했던 6명의 피아니스트를 만날 수 있다.
피아노의 역사는 피아니스트의 역사이다. 오늘날까지 후학들로부터 신처럼 숭배받는 6명의 거장들은 ‘피아노는 이런 것’이란 정의를 나직한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선언한다.
음반사는 10장의 CD와 함께 ‘바흐 골든베르크 변주곡’의 신화이자 생전 독특한 개성과 기행으로 유명했던 글렌 굴드의 평전 ‘글렌 굴드, 나는 결코 괴짜가 아니다(브뤼노 몽생종 저·모노폴리)’를 한데 묶어 내놨다.
지난 100년 간 피아노의 전설로 군림했던 6인. 과연 어떤 이들일까?
○ 아르투르 슈나벨(1882~1951·오스트리아)
슈나벨은 세계 최초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한 베토벤의 절대권위자. 일생 독일계 작곡가의 작품 이외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레퍼토리의 폭은 좁았지만 그의 연주는 이후 모든 피아니스트들에게 하나의 규범으로 받아들여졌다.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러시아)
작곡가로 훨씬 더 유명한 라흐마니노프지만 그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었다. 이 세트에는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한 자신의 피아노협주곡 네 작품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는 마치 파가니니나 리스트의 작품을 작곡자들의 원전연주로 듣는 신비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음악적 해석에 관한 한 작곡자 스스로의 연주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
○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폴란드)
쇼팽의 조국 폴란드 태생답게 쇼팽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특히 그의 쇼팽 ‘녹턴’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해석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쇼팽을 연주할 때면, 내가 사람들의 가슴에 직접 말하고 있음을 느낀다.”
○ 알프레드 코르토(1877~1962·스위스)
쇼팽 마니아들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국내외를 막론하고 코르토의 음반은 진정한 쇼팽 애호가들에게 수집의 대상이 되어 왔다. 오늘날 많은 쇼팽의 음악들이 듣는 이의 취향에 맞게 가공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먼지 쌓인 코르토의 쇼팽은 더욱 더 빛을 발한다.
○ 발터 기제킹(1895~1956·프랑스)
슈나벨과 마찬가지로 베토벤의 스페셜리스트. 다른 피아니스트들이 오랜 연마를 통해 작품을 소화했다면 기제킹은 선험적인 감각만으로 베토벤 작품 속에 내재된 미묘한 뉘앙스를 정확하게 끄집어내는 신기를 보여주었다. 이번 세트에서는 베토벤과 함께 모차르트도 들려준다.
○ 글렌 굴드(1932~1982·캐나다)
글렌 굴드가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6인 가운데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그가 지난 100년 간 가장 독창적인 피아니스트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고전적인 형식에 구애되지 않았으며 템포, 프레이징, 장식음 등에서 ‘자유’를 구가했던 인물이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글렌 굴드의 이름을 전설로 만들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