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 어이쿠,
집에 웬 잡동사니가 이렇게 많은 거야?
새라 : 그러게.
이거 발 디딜 틈도 없네. 이러니 피해자가 일주일이나 지나서 발견될 만도 하지.
닉 : 하긴, 우리 집도 지난번에 이사할 때 보니까 짐이 한 트럭 꽉 차더라. 어머니가 워낙에 뭐 버리는 걸 싫어하시거든.
새라 : 하긴 우리 어머니도 그러시더라.
멀쩡한 거 왜 버리느냐고. 차곡차곡 쌓아놓는 통에 구석구석에 뭐가 그렇게 쌓여 있나 몰라.
반장 : 그거야 알뜰하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집은 너무 심한데? 이건 거의 병이라고 봐야겠는 걸?
닉 : 그러게요,
이건 병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새라 : 그래도 아까워서 못 버리는 거지 병이라고 하긴…….
반장 : 아니야,
의학계에서는 이렇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만 놓는 경우를 두고 ‘강박적저장증후군’이라고 부른다네.
닉 : 그럼 강박증의 일종이겠군요.
반장 : 그런데 이 ‘강박적저장증후군’은 다른 강박증보다 치료가 쉽지도 않고 정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걸로 알려져 있어.
최근에는 뇌의 특정 기능이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고.
새라 : 그래요?
그럼 뇌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긴가요?
반장 : 연세대와 런던대 정신의학연구팀이 공동 연구한 결과인데 뇌의 기저핵과 전두엽과 같은 부위의 기능에 이상이 있어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회로가 형성이 된다는 거야.
닉 : 아무튼 피해자는 꽤나 사교성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반장 :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겠나?
그래서 사람을 피하게 되고, 집중력과 결정력도 많이 떨어진다고 하네.
새라 : 뇌 기능 문제면 유전일 수도 있겠네요.
반장: 유전적 요인도 있는 걸로 알려져 있어. 보통은 잠재되어 있다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증상이 나타나는 걸로 알려져 있지.
닉 : 저도 강박적저장증후군이 아닌가 싶네요.
병원이라도 가볼까?
새라: 닉, 지난번에 집에 가봤더니 아무것도 없었잖아?
닉: 그게 말이지.
그동안 나 좋다고 달라붙던 여자들을 하나도 정리를 못했거든. 몇 명 차 버려야 하는데 고놈의 정이 뭔지…….
반장 : 아무튼 저 두 애물단지를 버리지 못하는 내가 강박적저장증후군인 것 같군.
수사결과
피해자는 강박적저장증후군이 심한 나머지 물건을 집에 수집하기만 하고 전혀 버리지 않아 집 안이 온갖 쓰레기들로 들어차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