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헉!아이들참고서값눈튀어나올뻔했어요”

입력 2009-04-05 21: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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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대학 2학년 큰딸, 고3인 작은 딸, 그리고 고 1인 막내아들 이렇게 세 남매를 두고 있는 엄마입니다. 저희 동네는 중학교까지밖에 없는 조그마한 시골이라,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모두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행인건 다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있어, 돈도 적게 들고, 또 안전하기도 해서 내심 이 아이들이 효도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큰딸이 제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마∼∼ 미안. 나 책값이 장난 아닌데, 좀 부쳐주면 안될까? 미안 미안!” 이러면서 하트에 활짝 웃는 눈웃음 기호까지 보냈습니다. 잠시 후 말없는 작은 딸이 자기 성격대로 아주 간단명료하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엄마 나 문제지 사게 돈 좀 보내 줘.” 그 날 저녁 급기야 막둥이 아들한테도 문자가 왔 답니다. “엄마, 나 사진도 찍어야 되고, 학교에 돈도 내야 되고, 문제지도 사야 되고 어떡해? 으아!” 그런데 이 문자까지 받고 나니 저도 모르게 “아니 이것들이 엄마가 무슨 은행인 줄 아나? 돈 맡겨놨어!” 하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사실 신학기가 되면 살 것도 많은 거 알지만 한꺼번에 이 녀석들이 달려드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학생인 아이들이 부모에게 돈 달라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짜증을 내다니 부끄러웠습니다. 돈 얘기라면 무조건 죄 지은 듯 미안하게 말을 꺼내는 우리 아이들도 안쓰러웠습니다. 지난 주말엔 아이들이 집에 왔는데, 필요한 자습서가 있어서 같이 서점에 갔습니다. 책값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급한 것만 샀습니다. 거의 30만원 정도 됐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애들 공부할 책인데 당연히 그 정도는 사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가격 듣고 눈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남편은 농사짓고 있고, 저는 작은 회사에 계약직으로 일 합니다. 남편의 수입은 불규칙적으로 들어오고, 저는 아주 적은 월급을 받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커 갈수록, 들어가는 액수도 점점 더 커질 텐데 솔직히 겁도 납니다. 요즘은 한 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대직에, 일직에, 당직까지 하고 있습니다. 주말엔 예식장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도 합니다. 허리띠 졸라매고 절약하며 살고 있는데, 여기서 뭘 더 절약해야 하나 한숨도 나옵니다. 제 소원은 딱 하나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빵빵한 물주가 되어주는 것. 건강하고, 착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우리 아이들이 적어도 돈 걱정은 안 하고 공부만 할 수 있도록, 화수분 같은 엄마가 되는 것입니다. 재물을 넣으면 줄지 않고 계속 나오는 화수분처럼 저도 마르지 않는 보물단지이고 싶습니다. 충남 공주|이미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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