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명화여행]아기(요람) Baby(Cradle)

입력 2009-04-07 21:27:58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생의끝자락서그린원색의절망아기두뺨에희망으로다시피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형형색색의 빛깔이 봄날 한국의 거리에서 쉽게 눈에 띈다. 인기 아이들 그룹 소녀시대, 빅뱅의 바지 색처럼 화려한 컬러가 2009년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지금 클림트 전에 가면 20세기 말 클림트의 신비로운 빛이 서울 명동 한복판을 거니는 양 사람을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클림트의 ‘아기’는 푸른색과 노란색, 붉은 색 등 동양적인 유행 컬러가 화폭에 가득하다. ‘아기’는 전시장 출구에서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1층과 2층을 거쳐 지칠 법한 관람객들을 한순간에 압도해버린다. 바로 색채와 구도 때문이다. 원색의 천 더미가 마치 쓰러질 듯 불안하게 화폭을 가득 채웠다. 그림 맨 위로는 아이가 하얀 얼굴을 살포시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클림트가 죽기 1년 전 그에게는 극도로 짧은 작업 기간인 사나흘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1918년 2월 6일 뇌일혈로 세상을 떠나기 전, 1917년에 그렸다. 1917년은 그에게 의미 있는 해다. 아들 구스타프 짐머만을 마지막으로 만난 해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클림트의 그림 모델, 마리아 짐머만이다. 클림트는 마리아와 결혼은 하지 않고 오토와 구스타프 두 아들을 낳았으나, 오토가 죽고 연락을 끊었다. 클림트는 부모도 일찍 죽었고, 아들 역시 일찍 죽었다. 클림트는 아버지와 동생이 모두 같은 병인 뇌일혈로 죽었고, 뇌일혈에 대한 두려움도 어찌하지 못했다. 그가 느낀 죽음의 공포나 압박감은 그림에서 자주 발견된다. ‘아기’에서도 화려한 색과 문양이 그림을 가득 채워 빈틈이 하나도 없이 답답하다. ‘폐쇄 공포증’이 있다고 알려진 클림트 심리를 엿볼 수 있다. 클리트는 급하고 참을성이 없었다고 한다. 그의 극도의 불안증은 도리어 세기의 명작들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일까? 클림트의 ‘아기’가 무조건 천진난만하게 보이진 않는다. 꽤 위압적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 때문만은 아니다. 창백하게 하얀 얼굴이 도도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반전은 있다. 아이의 볼과 오른손의 분홍 기운을 보면 희망이 느껴진다. 주먹을 쥔 아이의 손과 입술은 빨갛게 도드라지고, 다채로운 천 조각은 이제 아이 앞에 펼쳐질 다양한 일상의 빛깔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기’를 보고 있자면, 죽음을 두려워했으나 그 속에서 생명을 지키려고 노력한 클림트가 그대로 보이는 것만 같다. 클림트는 60대까지 살고 싶어 했으나 50대에 죽었다. 불경기일수록 도리어 화려한 원색이 유행하는 것처럼, 괴로울수록 희망을 품는 게 해법이다. 클림트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삶이 고단한 사람들이라면 클림트의 ‘아기’를 보자. 삶에 대한 고통과 희망이 동시에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