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명화여행]박대정이본‘누워있는소녀의얼굴’

입력 2009-04-13 21: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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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없는삶보단죽음을택하리그대,내목숨과맞바꿀큰사랑
유디트, 팜므파탈, 키스, 욕망, 죽음, 관능, 그리고 에로스. 이것은 오스트리아가 낳은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세계를 언급할 때 한 번 쯤은 꼭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인간은 사랑에 대한 수많은 말을 해왔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클림트는 평생을 이 규정불가능 한 ‘사랑’을 가지고 씨름한 작가이자, 남자이자, 아버지였다. 그는 모델 마리아 짐머만과 오랜 기간 연인사이였다. 친구 에밀리 쉰들러의 딸 알마 쉰들러부터 동생 에른스트의 처제 에밀리 플뢰게, 그리고 희대의 팜 파탈 알마 쉰들러까지 그는 단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나눴다. 불행히도 이 여인들과의 사랑은 한결같이 모두 비극으로 끝을 맺었지만 말이다. 클림트는 1886년 비엔나의 부르크극장에서 상연할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해 극장의 대리석 천장에 이 사랑의 비극을 직접 그리게 된다. ‘누워 있는 소녀의 얼굴’은 로미오가 줄리엣이 죽었다는 기별을 받고 지하 무덤으로 달려와 그녀가 정말로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음독자살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줄리엣의 아버지가 패리스 백작과의 결혼을 강요하자, 이에 그녀는 로런스 신부와 상의해 사람을 죽은 듯 보이게 하는 신비스러운 약을 마실 계획을 세운다. 신부는 이 참에 로미오가 그녀를 구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사연을 전혀 몰랐던 로미오가 지하 무덤에서 죽어 있는 줄리엣을 발견하고 음독자살을 한다. 가사 상태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자신의 옆에서 죽어 있는 로미오를 발견하고 단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 자살한다. 클림트는 칠흑같이 어두운 배경과 밝은 색으로 강조된 주인공의 극적 대비를 통해 사랑의 역설, 다시 말해 죽음으로 사랑을, 곧 살아있음을 증명한 연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실 클림트를 평생 괴롭혔던 것도 바로 사랑과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클림트의 아버지와 동생인 화가 에른스트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클림트 역시 뇌출혈로 반신불수가 되었고, 결국 폐렴까지 겹쳐 환갑을 넘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할수록 그는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나눴다. “나 스스로도 내가 어떤 인간이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가 가련한 바보라는 사실이다. 나는 진정한 사랑에 두려움과 존경심마저 느낀다.” 클림트가 말한 진정한 사랑이란 온 사방에 펼쳐져 있는 죽음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우리가 사랑을 갈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리라. 정말이지 진정한 사랑은 죽도록 사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다. 사랑과 죽음은 그렇게 맞닿아 있다. 박대정은 누구? 조형예술학박사, 독립큐레이터, 유쾌·상쾌·통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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