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출판붐,그들이팔리는이유

입력 2009-06-03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타 파워가 서점가도 강타했다. 30만부 이상 판매되는 이변을 낳은 소설 ‘당신의 조각들’의 저자 타블로, 지진희의 여행서 ‘이탈리아 구름 속의 산책’, 정혜영의 ‘오늘 더 사랑해’, 소설가로서도 명성을 높이고 있는 배우 차인표(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연예인필자성공시대…글발?말발?이름발?
빅뱅·타블로 등 베스트 셀러에 ‘테이크아웃 커피’ 같은 매력 인기바야흐로 연예인 필자 시대다. 연예인을 저자로 섭외해 책을 내는 게 요즘 출판계의 트렌드 중 하나이다. 뷰티·건강·여행·외국어·사진집에서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연예인들이 저자로 등장한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연예인 책의 소재 변화와 출판 편집자들이 뽑은 연예인 책에 대해 짚어보았다.

최근 연예인 출판 붐은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연예인이 책을 내면 무조건 뜰까? 그렇진 않다. 한 출판 에디터는 “책은 연예인의 이미지를 위한 홍보 상품이 아니다”라며 “잠깐 준비해 내는 책은 독자도 알아보고 안 산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예인을 필자로 채택했다가 대박은커녕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도 출판계에서는 빈번하다. 다른 출판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저자는 다른 일반 저자보다 계약금 형식의 ‘선인세’를 몇 %% 이상 더 받기 때문에 통상 10만 부 이상 팔려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선인세만 많이 지불하고 손익분기점을 못 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가 된 연예인 책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스타에 대해 대중이 궁금해 하는 것을 제대로 충족시켜주거나, 아니면 연예인 개인의 숨겨진 재능을 드러내는 등 독자와 필자가 동시에 만족할 만한 흥행 요소가 있어야 한다.

베스트셀러가 된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연예인 지망생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이혜영의 뷰티바이블’은 연예계 패셔니스타인 그녀의 패션 노하우를 소개했다. 차인표의 ‘잘가요 언덕’은 오랜 습작 경험을 통해 쌓은 필력으로 종군위안부 문제를 소설로 알렸다. 그런가 하면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는 요즘 가장 절실한 정보라는 재테크를 누구보다 쉽게 설명했다. 책이 점차 ‘테이크아웃’ 커피처럼 손쉽게 들고 다니는 여가용의 의미를 지니면서 연예인 책은 독자들이 큰 부담 없이 즐기는 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컬투의 멤버 김태균은 아빠로서 ‘태교 서적’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스포츠동아DB


○연예인 출판…타이밍, 콘텐츠, 필자 실력 3요소 갖춰야 성공

연예인 책은 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른 책과 달리 글과 함께 스타가 등장하는 배경 사진이나 연예인이 직접 찍은 사진이 필수다. 타블로의 ‘당신의 조각들’은 작은 판형에 사진이 많은 것으로도 화제가 됐고, 박기영의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이상은의 ‘삶은 여행’,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 션-정혜영 부부의 ‘오늘 더 사랑해’ 등도 역시 아기자기한 사진과 일러스트의 비중이 컸다.

요즘 연예인 출판의 경향은 내용의 다양화를 지향하고 있다. 기존 단골 아이템인 여행이나 패션·다이어트 외에 김희선, 김태균, 김창렬처럼 육아에 대해 쓰거나, 조혜련, 김영철처럼 외국어 서적을 내는 경우도 있다. 또 구혜선, 이적, 타블로, 차인표처럼 소설에 도전하는 등 콘텐츠가 더욱 전문적이고 세분화됐다. 그럼 이른바 ‘뜨는 책’으로 꼽히는 연예인 서적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을까. 출판기획 전문가들은 적절한 타이밍, 콘텐츠, 저자 본인 실력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이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위 업계에서 말하는 ‘저자발’, 즉 ‘글발’과 ‘말발’이다. 2003년 ‘서경석의 병영일기’를 쓸 당시 개그맨 서경석은 글을 잘 쓴 것 외에 오탈자 교정까지 맡아 에디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글은 못 쓰지만 말을 잘 할 경우, 다른 이가 대신 쓸 수 있기 때문에 ‘말발’ 역시 필수다. 2005년 ‘마시멜로 이야기’로 파문 이후, 대필이 민감한 사안이 됐지만 ‘함께 쓴 이’, ‘정리’, ‘에디팅’, ‘구성’, ‘글 디자인’, ‘역’ 등의 이름으로 공동 저작이나 대필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출판 시기 역시 중요하다. MBC ‘내조의 여왕’에 출연한 이혜영의 ‘뷰티바이블’은 드라마와 함께 인기가 동반상승했다.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빅뱅의 탄생스토리를 담은 MTV의 ‘빅뱅 다큐’가 방영되면서 인기를 더했고, 김태균의 ‘태교가 즐겁다’는 SBS ‘두시탈출컬투쇼’가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하면서 더 관심을 받았다.

지진희는 KBS 2TV ‘결혼 못하는 남자’의 출연을 앞두고 ‘이탈리아 구름 속의 산책’을 발간했고, 신해철은 각종 시사 프로그램, 시사 잡지에 의견을 피력하던 와중에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발행해 인기를 모았다.

책을 내는 시기 못지않게 콘텐츠와 연예인 이미지와의 관련성도 중요하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독학으로 익힌 영어 실력을 자랑한 김영철은 ‘뻔뻔한 영철 영어’를 시리즈별로 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랫말 잘 쓰기로 유명한 이적과 타블로는 연예인으로는 드물게 문학 서적을 내 높은 판매를 기록했다. 권당 1만부 이상 팔기 힘든 출판계 상황에서 2005년 발간된 이적의 ‘지문사냥꾼’은 10만부 이상 팔렸고, 2008년 타블로의 ‘당신의 조각들’도 30만 부 이상 팔렸다.

또한 ‘국민 어머니’로 유명한 김혜자 역시 2005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써서 36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스타일책으로는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 원조로 꼽히는 모델 장윤주의 ‘스타일북’은 2006년 출간 이후 18만 부 이상 팔렸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