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연예계‘11월 괴담’의 정체] 연예계 11월 괴담…유령인가 실재인가

입력 2010-10-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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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일 ‘내 사랑 내 곁에’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가수 김현식. 스포츠동아DB

■ 반복되는 죽음, 피살, 이혼, 마약…공포의 11월이 오고있다

김정호·유재하·김현식·김성재 잇단 죽음
유독 사건 많은 11월…‘11월 괴담’ 만들어

지나친 관심이 숱한 루머와 설을 만들어내
초겨울 날씨와 맞물려 실체 없는 왜곡
증폭

‘죽음과 의문의 피살, 대형 교통사고, 이혼 그리고 마약….’

해마다 이맘때면 많은 이들이 머리에 떠올리는 단어들이다. 특히 연예계 관계자들이나 관련 언론은 이 단어들에 더욱 민감해진다. 스산한 늦가을의 바람과 함께 또 다시 11월이 오고 있다

언젠가부터 ‘11월’은 ‘연예계 괴담’과 동의어가 됐다. 2000년대 초반 언론을 통해 불거진 ‘연예계 11월 괴담’은 마치 ‘11월이면 늘 있었고 또 벌어질 수 있는 사건·사고 등 무언가’를 통칭하며 불안한 정서를 퍼뜨려왔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이후 매년 11월이면 연예계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빈번했다. 2010년 11월. 연예계는 또다시 ‘괴담’과 함께 흐를 것인가. 스포츠동아는 ‘연예계 괴담의 계절’ 11월이 다가오는 시점에 이를 중심으로 연예계 괴담에 얽힌 이모저모를 담는다.

가수 김정호, 유재하, 김성재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등은 공교롭게도 모두 11월 세상을 떠났다. 스포츠동아DB


‘하얀 나비’ 김정호, ‘사랑하기 때문에’의 유재하, ‘내 사랑 내 곁에’의 김현식 그리고 그룹 듀스의 김성재….

모두 젊은 나이에 팬들의 곁을 떠나간 가수들의 이름이다. 이들은 활동하는 동안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굵은 발자취를 남겼다. 그래서 이들의 부고를 맞닥뜨린 수많은 팬의 통곡과 안타까움은 정도를 더했다. 그 때문일까. ‘연예계 괴담’의 계절 11월에 항상 드리운 무거운 공기의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실체 말이다.

● ‘연예계 11월 괴담’은? 또 언제부터?

1985년 가수 김정호의 죽음과 2년 뒤 유재하의 부음, 2년이 지나 김현식이 가고, 1995년엔 듀스 김성재가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모두 11월에 스산한 바람과 함께 사라져갔다.

이후 연예인들과 관련한 혹은 그들이 연루된 각종 사건·사고가 유난히 11월에 많이 그리고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미 보통명사화한 ‘연예계 11월 괴담’에는 숱한 연예인들의 죽음과 사건·사고, 이혼, 결별, 심지어 해프닝에 이르기는 사항들이 담겨 있다.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연예계 11월 괴담’을 검색해보면 숱한 정보들이 나타난다. 아예 리스트까지 등장해 괴담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 같은 리스트가 나돌며 ‘괴담’으로 회자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11월 유명 가수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많은 사건·사고가 유독 이달에 몰리면서 언론은 ‘11월 괴담’으로 이를 ‘포장’했다. 그래서 어떤 이는 “10월 스포츠 시즌이 끝나고 난 뒤 대중의 관심이 연예계로 향하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언론의 보도 관행”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 분석과 ‘포장’은 사건·사고의 연발이라는 우연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측면이 크다. 더욱이 많은 언론은 각종 사건사고가 집중적으로 터져 나올 때 이를 ‘괴담’으로 엮어내며 보도하지 않는가. 이젠 시도때도 없는 ‘괴담’이 넘쳐난다.

‘11월 괴담’은 사건·사고에 관한 예방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한 연기자는 “아예 외출을 자제하는 연예인들도 있다”고 할 만큼 ‘괴담’으로 인한 실체 없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꽤 된다.

● 연예계 괴담, 그 불안함과 과도한 시선의 교차로

연예계 괴담의 실체는 제대로 보이지도, 보인 적도 없다. 하지만 그 말에서 풍기는 암울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그래서 ‘연예계 11월 괴담’의 진원을 파헤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럼 왜 ‘연예계 괴담’인가.

국제대 연예매니지먼트과 조대원 교수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관심의 중심에 연예인이 있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만인의 관심사가 바로 연예계와 연예인이다”며 “누구나 공감하며 대화할 수 있는 소재로서 연예계와 연예인이 등장한다. 숱한 루머와 설(說), 괴담은 그로부터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연예인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에 얹혀진 다양한 말들이 루머나 괴담으로 확대재생산되고 그 과정에서 왜곡되는 사례가 많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조 교수는 “인터넷의 활성화 등으로 그 과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들여다본다.

11월이라는 ‘계절적 영향’도 괴담이 확대재생산되는 데 기여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각종 사건·사고, 특히 연예인이 관련된 상황이 언론과 대중의 입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늦가을 혹은 초겨울의 스산함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맞물려 무언가 실체가 있는 듯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따라가면 ‘괴담’의 실체는 얼핏 뚜렷해 보인다.

‘다양한 이유로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불안함의 시기에 연예인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이 빚어내고 왜곡하는 스토리텔링의 확대재생산’.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경험해온 것처럼 ‘괴담과 루머에 충혈된 시선’을 거두지 않는 한 그 고스란한 피해는 결국 연예인의 아픔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움. 새로운 11월을 맞는 연예계의 또 다른 시선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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