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④ 연예기획사의 기업화 추세는 정당한가?

입력 2011-05-11 13: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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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조직력으로 몸집이 커지는 연예매니지먼트사
●스타비즈니스도 대형자본이 필요한가?

이수만 대표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 SM은 국내 연예기획사의 주식 상장붐의 시초가 됐다. 스포츠동아 DB

빅뱅, 2NE1 등 초특급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코스닥에 재도전한다는 소식이다.

사실 YG는 지난해 9월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한국거래소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험이 있다. 최근 엔터주가가 워낙 활황기라 이번에 신청된 YG의 예비심사 청구가 어떻게 처리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엔터테인먼트 연관 회사의 코스닥 진출은 이미 10년전에 시작됐다. 2000년 4월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코스닥에 상장하며 하나의 붐을 이뤘고 현재 서른 곳 이상이 상장되어 일명 '엔터주'라는 카테도리를 하나 만들기도 했다.

당시 한국영화 음악시장이 크게 성장하던 시점이었고 HOT, SES, 신화 등 아이돌스타들이 연달아 인기를 얻으며 SM엔터테인먼트 매출액이 급성장하여 코스닥시장 상장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IMF 이후 IT업계에 몰렸던 투자거품이 빠져나가며 상당수의 자본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몰린 것도 엔터주 급성장의 이유가 됐다.

그러나 한류와 함께 과대포장된 것이 사실이며 스타이외에 뚜렷한 자산이 없는 엔터 상장사들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 것도 사실이다.


■ 연예매니지먼트사의 전문화와 대형화

실제 한국처럼 연예산업의 증권가 상장붐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중국의 경우 최근 차스닥에 엔터테인먼트관련회사 세 군데가 상장하였으나 극히 드문 경우이다. 대만의 경우 아직 연예관련회사의 대형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스타비즈니스는 대형자본의 투자처로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에서만 유난히 코스닥에 상장하며 연예매니지먼트사도 대형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회상장 등의 과정에서 '먹튀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주가조작으로 경영진이 실형까지 선고받는 등 문제도 많다. 심지어 상장폐지가 된 회사들도 다수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논란 속에서 우회상장에 성공했고 지난해에 심사에서 탈락했던 YG가 이번에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과연, 빅뱅과 2NE1 같은 아이돌스타가 대중의 자본을 모집할 정도로 안정적인 비즈니스로 인정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이수만, 보아(SM), 배용준(키이스트), 박진영(JYP), 양수경(예당), 견미리, 태진아(FCB트웰브) 등 연예인 주식부자들은 언론을 통해서 널리 알려지며 이슈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YG가 상장되는 순간 대표인 양현석도 500억 원대의 주식부자로 등극한다는 기사가 나오는 현실을 볼 때, 과연 누구를 위한 기업화인가에 대해 분석해볼 필요가 생겼다.


■ 대주주 말고 스타의 수익은 과연 얼마나 될까?


JYP의 박진영 대표. 연예기획사는 창조적인 1인이 조직의 성격과 스타일 그리고 미래를 결정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제공 JYP엔터테인먼트

1990년대 말 한국의 청소년들이 HOT와 젝스키스의 팬클럽으로 양분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아이돌스타들의 급속한 인기몰이와 함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팬클럽에 가입하여 향유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HOT와 젝스키스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시장을 양분했던 것이다.

이들의 음반은 출시하고 채 한 달이 못되어 100만장을 돌파하곤 했다. 관련 상품 판매도 폭발적이었다. 10대를 중심으로 한 조직된 팬클럽의 구매파워가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제 대중들은 생산자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고 있다. 게다가 이제 대중들은 점점 더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만을 위한 가치를 만드는데 익숙해지며 일명 프로슈머(prosumer)에 가까워져지고 있다.

따라서 스타시스템에 있어서도 무조건 자본과 물량공세로 인기몰이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대중이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어떤 전략이 수용자들의 선택권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적인 사전조사의 기법들이 필요하고 연예산업도 고급인력을 유입하여 연구와 시스템의 확립을 위해서 노력할 때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연예콘텐츠의 생산은 대부분 특정인물에 의해 일방적으로 기획되고 제작되는 경향이 크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전략에 의해서 기획,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의 '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생산시스템은 조직화된 기업으로써의 전문성에 대한 심각한 단점으로 지적된다. 고객의 요구(needs)를 더 세분화 시키고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 스타비즈니스가 대형화에 맞지 않는 이유

국내에는 30여개 연예기획사들이 자본시장에 뛰어들어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예기획사가 주식회사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과 기사내용은 무관함) 연합뉴스.

필자는 개인적으로 스타매니지먼트와 관련된 사업은 패션업계의 명품브랜드처럼 소규모의 전문 집단이 꾸려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투자자가 많아지고 경영권이 복잡해질수록 명품 사업은 좌초되기 쉽다.

왜냐하면 스타비즈니스란 '사람 콘텐츠'가 바로 핵심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공식적인 업무 외에도 개인적인 일상생활을 함께 수행하며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기획사의 경우 특정 인물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패션, 연예 등 엔터테인먼트산업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1인의 천재적 리더가 끌고 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주식회사로 변화하기 힘든 구조라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 DSP미디어가 이호연 대표의 부재로 인해서 전속계약분쟁이 발생하였던 것을 볼 때,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투자를 하기에 간단치 않다. 만일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 등이 자리에 없으면 우리나라 대표 아이돌스타들은 다 해체하게 되는 사태를 상상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걸그룹 등 아이돌스타들을 내세운 연예기획사의 수익구조가 음악이나 콘텐츠유통에서 발생하지 않고 일회성 광고출연료 등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데도 문제가 있다.

특히 지난해 가수 비의 제이튠엔터테인먼트 먹튀논란이 있었다. 또한 대형 MC를 다수 보유한 디초콜릿은 출연료 지급논란을 겪었고 JYP 역시도 분명치 않은 적자로 큰 논란을 겪었다. 이로 인해 투자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고 상장심사 역시 강화됐기 때문에 더 많은 연예기획사들이 상장될 것 같지는 않다.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은 일반적인 제조, 서비스업에 비해 자본이 많이 투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상식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스타비즈니스는 결코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이며 대중을 상대로 투자의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는 사실도 대중들은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스타란 돈을 끌어모으긴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말이다.

장규수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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