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연기 변신하고 싶은데, 왜 멜로 섭외만 오죠?”

입력 2011-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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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돌아온 배우 송혜교. 한동안 해외 활동에 주력했던 그는 “집(한국)에서 먼저 인정받고 싶다”며 다양한 연기 변신에 욕심을 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 영화 ‘오늘’로 4년만에 스크린 컴백

상업적이냐 비상업적이냐 신경 안써
마음이 꽂히면 바로 작품 결정하죠
왜 어려운 길만 가냐고요?
좋아하는 방향으로 가는겁니다!


“배우가 변신하길 바라면서 정작 그 기회는 만들어주지 않는 환경이 약간 답답해요.”

송혜교(30)는 차분한 억양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새로운 연기와 변신에 목마른 여배우의 입장에서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솔직히 털어놓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잘된 작품이 나오면 그걸 재탕하려는 분위기가 많다”며 “서로 모험을 잘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쉽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송혜교가 27일 개봉하는 영화 ‘오늘’(이정향 감독)로 돌아왔다. 작품의 영향 탓인지, 몇 년 간 다양한 나라의 환경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돌아온 경험에서인지 한층 성숙한 듯 보였다.

송혜교의 한국 영화 출연은 2007년 ‘황진이’ 이후 4년 만이다. ‘오늘’은 이제 연기생활 15년을 맞은 그가 출연한 세 번째 한국영화. 그리고 30대가 된 후 나선 첫 작품이다.

‘오늘’에 나오는 송혜교의 모습은 그동안 드라마와 다른 영화에서 친숙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송혜교가 연기한 다혜는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뒤 그 가해자를 용서한 여자다. 그는 각종 사건의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용서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하지만 자신의 약혼자를 죽인 고등학생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자신의 용서에 고민을 한다. 가해자를 용서하는 피해자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사형제도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묵직한 이야기의 작품.

그는 “무거운 주제라서 걱정했지만 감독님이 쉽게 풀어낸 것 같다”며 “상업적이냐 비상업적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다만 마음이 꽂히면 바로 작품을 결정한다”고 작품을 선택한 배경을 소개했다.

○“그냥 혜교같이 연기해라”…나다운 게 뭘까 고민

송혜교는 “저도 다혜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한 번 쯤은 감정을 질러야 하는 것 아닐까 의아했다”고 돌이켰다. 이런 의문을 느낄 때마다 이정향 감독이 그에게 한 말은 “그냥 혜교같이 연기해라”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그는 ‘그럼 나다운 게 뭐지’라는 고민에 빠지곤 했다.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오늘’ 외에 최근 그가 선택한 작품들은 모두 배우로선 일종의 ‘모험’이었다. 미국 독립영화 ‘패티시’에서는 갈등하는 이민자로, 중국 왕자웨이 감독과 작업중인 ‘일대종사’에서는 무술고수 견자단의 아내 역을 연기했다. 또한 장준환 감독이 연출한 판타지 ‘러브 포 세일’도 찍었다.

“(연기하기)어려운 길만 걷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예요. 배우의 길은 대중이 만들어 주는 거 아닐까요. 저도 큰 그림을 그리고 그 속으로 돌진하지 않아요.”

그는 배우로서 변신에 대한 주위의 암묵적인 ‘강요’에 대해 “혼자 맨 땅에 헤딩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런 점에서 출연 요청이 오는 시나리오 대부분이 멜로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인 점은 아쉽다고 했다.

○“미국 보다 유럽 영화 시장 욕심”

송혜교는 2008년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 끝난 이후 국내 활동보다는 햇수로 3년 째 해외 활동에 주력했다. 특히 2년 전부터 참여한 영화 ‘일대종사’는 아직도 촬영이 남아 있다. 송혜교는 ‘오늘’이 개봉하면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이 영화의 나머지 촬영분량을 찍어야 한다.

송혜교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해외에서 작업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런데도 꾸준히 활동 무대를 넓히는 이유는 “큰 사람들과의 작업”을 경험해보고 싶어서다.

“아직 저를 만들어가는 중이잖아요. 집(한국)에서부터 인정받고 싶어요. 무언가 저를 만들어놓고 욕심을 내도 내야겠죠. 다만 미국보다는 유럽 영화가 저와 더 잘 맞는 것 같아서 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싶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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