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Cafe]큰 덩치에 안 맞게 입 가리며 웃고 수줍게 소년처럼 속삭이는 ‘이 남자’ 진짜 매력있다

입력 2012-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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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 조진웅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더 노력한다. 아버지의 이름인 ‘조진웅’에 먹칠을 하기 싫기 때문이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아날로그 감성의 남자, 배우 조진웅의 길

컴퓨터와 안 친해
시청자게시판도 못 봐
휴대전화도 10년째 같은 번호
제가 좀 스마트하지 못 하죠? 하하

좋은 작품 몰려오면 거절도 못해…
캐릭터 혼동 안 되냐고요?
차만 바꿔 탄 기분
잘만 타면
목적지에 바로 갈 수 있잖아요

8년이나 사귄 여친
여섯살 어려도
나를 많이 이해해주는 그녀
항상 미안하죠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이 신기했다. 말할 때는 가끔 소년처럼 수줍게 속삭이기도 했다.

안방극장의 ‘폭풍 존재감’으로 떠오른 배우 조진웅. 2011년 화제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내금위장 무휼을 생각하면 이렇게 수줍어하는 걸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표현이 서툴고 말 재주가 없어서 그렇다”며 연신 부끄러워했다.

우렁찬 목소리로 “무∼사 무휼의 길이 있는 것이옵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조진웅을 만나는 것은 뜨거운 인기만큼 정말 힘들었다.

그는 ‘뿌리깊은 나무’가 끝나자마자 영화 ‘완전한 사랑’의 촬영을 위해 대구로 내려갔다. 거의 매일 계속되는 촬영 일정 속에서 그는 스포츠동아 독자를 위해 반나절 시간을 내어 서울로 왔다.

연기자로서 조진웅의 작품 이력은 꽤 된다.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해 7년 동안 40여 편에 출연했다. 연극까지 합치면 출연작이 50편을 넘는다.

‘솔 약국집 아들들’ ‘추노’ ‘사랑을 믿어요’ 등 각종 드라마부터 영화 ‘퍼펙트게임’ ‘고지전’ ‘국가대표’ ‘쌍화점’ 등 그가 나온 작품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입이 아프다. 출연작을 줄줄이 열거했더니 그는 또 “쑥스럽다”고 웃었다.

● 처음 생긴 팬 ‘신기해’

‘뿌리 깊은 나무’는 조진웅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연기자로 선망의 대상이던 안석환을 비롯해 한석규, 윤제문 등 쟁쟁한 선배들과 언제 또 호흡을 맞출지 모르니 꿈만 같다는 것이다.

“정말 최고의 캐스팅이에요. 안석환 선배의 경우 대학시절 ‘고도를 기다리며’의 산울림극장 비디오 자료를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으니까요. 짜릿할 정도로 행복한 일이죠. 한석규 선배는 또 어떻구요. 그동안 드라마 촬영 내내 한 선배에게 누가 될까 봐 늘 긴장했어요. 잔잔한 호수 같은 분이에요. 촬영하는 동안 그분의 치마폭에 ‘쏙’ 들어가 있었죠.”


- 이제는 달라진 인기를 실감할 것 같은데.

“촬영하는 넉 달 동안 산에만 있었는데 뭘 알겠어요. 그런데 하루는 영화 ‘퍼펙트게임’의 무대 인사를 갔더니 관객들이 팻말에 제 이름을 써서 환호를 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제가 뭐라고, 이런 걸 받아도 되나하는 걱정도 들더라고요. 응원이 커질수록 더 잘해야겠다고 자극이 됐어요.”


- ‘뿌리 깊은 나무’를 장혁이 추천했다고 들었는데.

“혁이는 ‘추노’때 처음 만났어요. 당시는 함께 나오는 장면이 한 번도 없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종방파티 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의식이 있는 친구예요. 스타인데도 다르더라고요. 진중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야! 너 정말 멋진 놈이다’라고 말했어요. 그가 추천해준 시놉시스를 보고 ‘아! 이거다’라는 욕심에 꽉 잡게 된 거죠.”

● ‘아버지의 이름으로…’


- 본명 조원준도 좋은데, 예명으로 아버지 이름을 쓰는 이유는….

“대학시절 연극을 할 때는 본명을 썼어요. 데뷔작인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출연하게 됐는데 아버지 이름으로 활동하고 싶은 거예요. 아버지가 ‘집에서 가져만 가더니, 이젠 별걸 다 가져간다’고 하시더라고요. 할머니는 말도 안 된다고 하셨지만 결국 허락하셨어요. 우뢰 ‘진’ 수컷 ‘웅’이 느낌이 좋잖아요.”


- 아버지와 각별한 사이인듯. 대개 부자 사이가 서먹해지기 쉬운데.

“평소에는 서먹하죠. 실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좋아했어요. 아버지 얘기만 하니까 어머니가 말은 안 해도 아쉬워하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제 친구들 결혼식 주례 1순위일 정도로 위트있고 점잖으신 분이에요. 최근에는 저에게 ‘초심 잃지 말고 겸손하게 다녀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자칫 경거망동할까 봐 걱정인가 봐요.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지 않게 더 열심히 살아야죠.”


- 평소 성격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로 강한 캐릭터만 연기했는데.

“표현이 많이 서툴러요. 막내인데도 살가운 편이 아니죠.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을 할 때는 속마음과 다르게 나갈 때가 많아서 뒤돌아 후회를 많이 해요.”

● 문학 소년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 처음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나요.

“공부를 정말 못했어요. 고등학교 때 글을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셨는데 대충 써갔더니, 국문학과에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딱 맞아요. 정말 잘해서 칭찬을 한 게 아닌 걸 훗날 알았지만요. 1%의 가능성을 보고 ‘잘한다, 잘한다’ 해주셨어요. 고교 시절 유일한 재미였어요. 그때 써놓은 글을 지금 보면 많이 부끄럽지만, 몇 자 끄적거리는 정도예요.”


- 대학(경성대)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는데.

“연극은 생각도 없었어요. 수능 성적으로만으로는 대학에 가기 어려워서 실기시험이 있는 연영과에 도전하게 된 거죠. 연기라는 단어 자체가 정말 생소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학원도 다니면서 기초를 다지고 왔는데, 저는 백지상태였어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오만에 빠져 있다가 연기를 죽기 살기로 하는 친구를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가슴과 머리를 ‘쿵’하고 한대 맞은 느낌이요. 그 후부터 집에도 안 들어가고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죠.”


- 다작을 하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텐데, ‘뿌리 깊은 나무’를 촬영할 때도 ‘퍼펙트게임’과 ‘범죄와의 전쟁’ 등을 함께 촬영했다.

“몸이 힘든 것 빼고는 잘 모르겠어요.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하면 캐릭터가 혼합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런 우려를 없애려고 더 노력하는 거예요. 그저 좋은 작품이 왜 비슷한 시기에 나에게 몰렸는지 아쉬울 뿐이에요.”


- 여러 캐릭터를 한꺼번에 연기하면 복잡할 것 같다.

“출연하기 전에 서브 작업을 해놓죠. 그렇지 않으면 못해요. 맡은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고 현장에 가야 쉽게 빠져들어요. 동시에 여러 작품을 하면 차만 바꿔 탄 기분이 들어요. 목적지를 위해 트럭이나, 택시, 스포츠카 등을 타고 가는 거죠. 이걸 설정하기까지 어렵고 힘들지만, 차만 타면 목적지까지 바로 갈 수 있으니까요.”

●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같은 남자

조진웅은 현재 촬영중인 영화 ‘완전한 사랑’의 대본을 이메일로 받기위해 최근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휴면 메일 계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메일 계정을 오래 사용 안하면 ‘휴면’ 상태가 되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대학 다닐 때 처음으로 인터넷을 접했는데, 어렵더라고요. 교수님이 과제를 이메일로 보내라고 해서 ‘전자우편’이니까 당당하게 우체국에 가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창피한 일이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뿌리 깊은 나무’의 반응이 궁금한데 시청자게시판에 못 들어갔어요. 휴대전화 번호도 10년째 같은 번호고요. 스마트한 세상에 스마트하지 못하게 살고 있네요. 하하하”


- 사랑도 아날로그 같은 사랑을 하는 것 같다.

(그는 2010년 유치원 선생님인 일반인과 사귄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10년 넘게 알고 지내다 연인이 된지 8년째가 됐다) “그 친구한테는 항상 미안해요. 저보다 여섯 살이 어린데, 저를 많이 이해해 주죠. 일반인이라 많이 조심스러워요.”

● 조진웅은?


생년월일: 1976년 3월 3일

키: 185cm

몸무게: 85kg(몸무게는 캐릭터에 따라 ±15kg을 넘나듦)

가족사항: 미혼, 1남1녀 중 막내

특기: 진도 북춤

취미: 글쓰기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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