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남 양형모입니다] ‘레미제라블’을 보지 못한 당신은 레미제라블!

입력 2013-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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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전야. 앙졸라, 마리우스 등 대학생들이 새로운 세상을 위한 혁명을 준비하며 ‘원 데이 모어’(하루만 지나면)를 부르는 레미제라블의 명장면. 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

공·소·남(공연 소개팅 시켜주는 남자) 양형모입니다

■ 뮤지컬 ‘레미제라블’

배우·무대·음악 모두 최고 감동 선사
호소력 짙은 숀버그의 음악 청중 매료
장발장 바리케이드 장면 솔로곡 압권
주조연 정상급 앙상블 타의추종 불허


예상했던 대로였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리뷰를 쓰는 일이 절대 녹록치 않으리라는 것은. 감동이 크면 클수록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쓰기를 포기하고 노트북을 접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레미제라블의 OST를 듣고 또 들었다. 고통과 비탄에 젖은 판틴이 부른 ‘I dreamed a dream’(꿈을 꾸었네) 즈음에서였을까. 문득 한 문장이 어두운 창밖으로 휙 지나갔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오늘 밤 리뷰를 쓸 수 있을 테니까.


● 영화·뮤지컬 성공으로 팝송처럼 친숙해진 넘버들

레미제라블은 기자가 최근 본 뮤지컬 작품 중 가장 뛰어났다. 여기서 ‘최근’이란 적어도 1년 이상의 기간이다. 배우, 무대, 음악,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시시때때로 밀려드는 감동의 쓰나미에 묻혀 기억하지 못한다.

막이 내려온 뒤에도 감동의 여진을 주체하지 못해 벌게진 얼굴로 분장실을 찾아가 장발장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에게 “눈물나게 훌륭한 공연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빈손으로 왔다”고 핀잔을 듣기는 했지만.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 이야기는 초등학생도 다 아는 케케묵은 스토리지만 빅토르 위고의 원작이 지닌 힘은 150년이 지나도 여전히 무거운 존재감을 과시한다. 게다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의 위대한 음악!

죄수들이 떼로 노를 저으며 부르는 ‘Look down’(고개숙여), 판틴(조정은 분)의 애절한 ‘‘I dreamed a dream’, 성난 군중의 ‘One day more’(하루만 지나면),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에포닌(박지연 분)의 ‘On my own’(나홀로) 등은 영화와 뮤지컬 덕에 사람들이 팝송처럼 흥얼댈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압권은 장발장(정성화 분)이 시위 바리케이드 앞에서 혼자 외롭게 부르는 ‘Bring him home’(그를 집으로). 읊조리듯 가성으로 시작해 돌연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장발장의 대표곡이다. 정성화가 정말 끝내주게 불렀다. 이 한곡 안에 그의 구구절절한 연기인생이 완벽하게 녹아있다면 믿어지시겠는가. 이 경우, ‘백견이 불여일문’이다.


● “어디서 봤더라?”…주조연급 배우들 앙상블 출연

레미제라블의 배우진은 군대처럼 단단하고 일사불란하다. 실제로 공군 70여 명이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영상물 ‘레 밀리터리블’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작품에서 비중있는 조연은 물론 심지어 주연 레벨인 배우들의 모습을 레미제라블의 앙상블에서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앙상블의 수준을 보면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다. 레미제라블이 아이돌스타 없이도 승승장구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주연, 조연, 앙상블의 격차가 느껴지지 않는 뛰어난 기량과 작품에 대한 배우, 스태프들의 무한애정. 그리고 “나는 레미제라블을 하고 있다”라는 자부심이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

귀갓길 버스 안에서 문득 떠올랐던 문장을 옮겨 놓는다. 이런 것이었다.

“레미제라블을 보지 못했다면 그대는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의 의미는 ‘불행한 사람들’ 정도가 된다. 1914년 작가 홍명희가 초역한 ‘레미제라블’의 한글제목은 ‘너 참 불쌍타’였다.


■ 양기자의 내 맘대로 평점

감동 ★★★★
(레미제라블을 보고 감동받지 않는다면, 그대는 목석인간.)
웃음 ★★☆☆
(떼나르디에 부부가 틈틈이 등장해 깨알웃음을 안겨준다.)
음악 ★★★★
(무한 감동의 도가니!)
무대 ★★★☆
(그 유명한 바리케이드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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