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사극, 저기도 사극…망극하옵니다

입력 2013-07-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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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안방극장 사극 열풍…왜?

올해 연말까지 총 13편 방송 예정
현대극 소재 고갈…타 장르와 변주
기존 세트 활용 제작비 절감 효과도
“다양한 시청자층·높은 충성도 장점”

TV를 켜면 사극이고, 채널을 돌려도 또 사극이다.

올해 안방극장에선 현대극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극이 대거 방송돼 눈길을 끌고 있다. 1월 MBC ‘마의’, KBS 2TV ‘전우치’, SBS ‘대풍수’ 등 지상파 3사가 나란히 사극으로 한 해를 시작한 데 이어 KBS 2TV ‘천명’과 ‘칼과 꽃’, KBS 1TV ‘대왕의 꿈’, MBC ‘구가의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등이 시청자를 만났다. 여기에 현재 방송 중인 MBC ‘불의 여신 정이’ 후속으로 하지원 주연의 사극 ‘화투’가 방송될 예정이고, MBC ‘구암 허준’에 이어서도 역시 사극인 ‘제왕의 딸 수백향’이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올해 연말까지 방송되는 사극만 모두 13편이나 될 정도로 안방극장엔 사극이 넘쳐난다. SBS ‘뿌리 깊은 나무’가 인기를 모으며 예년보다 비교적 많은 편성으로 사극이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2011년에 비해서도 두 배나 되는 수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올해처럼 많은 사극이 방송된 적은 없었다. 2007년엔 ‘한성별곡’ ‘사육신’ ‘주몽’ ‘태왕사신기’ 등 4편, 2008년에는 ‘최강칠우’ ‘쾌도 홍길동’ ‘전설의 고향’ ‘이산’ ‘왕과 나’ ‘일지매’ ‘바람의 화원’ 등 7편, 2009년엔 ‘전설의 고향’ ‘바람의 나라’ ‘선덕여왕’ ‘돌아온 일지매’ ‘자명고’ 등 5편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유독 올해 사극이 넘쳐나는 것은 왜일까.

방송가에서는 현대극의 소재 고갈에서 그 배경을 찾고 있다. 과거 정통사극에 국한되어 있던 사극에 메디컬, 스릴러 등 다른 장르를 버무리면서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퓨전, 팩션, 판타지 사극 등 새로운 작품이 생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달라진 드라마 제작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도 사극의 ‘유행’에 힘을 준다. 과거 방송사 스튜디오 녹화나 경기 용인 민속촌, 대하사극용 대규모 세트 등 단순 야외촬영에서 벗어나 전국 각지에 다양한 세트를 제작하고 또 이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주제작 편성 비율이 늘어나면서 좀 더 화려한 볼거리를 안겨주려는 제작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한 편의 사극을 위해 지어놓은 세트를 조금만 변형해 다시 쓰면 제작비가 절감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과거 장르의 특성상 PPL(간접광고)의 한계가 있었지만 퓨전, 팩션 등 사극의 다양한 변주 덕분에 좀 더 원활한 제작비 수급의 폭이 넓어졌다. 한 제작 관계자는 “사극은 시청자층이 다양하며 또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당분간 사극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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